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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9 18:38 수정 : 2018.04.09 19:05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갑자기 ‘땡’ 하는 소리와 함께 구슬 두개가 떨어졌다.” 지난 7일 토요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의 ‘진실마중대’ 서명대에 있던 ㄱ씨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쓴 글이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던 대한애국당(대표 조원진) 사람들이 마침 그곳을 행진하던 중이었다. 근처에서 잠시 충돌이 있었는데 그 순간 지름 3㎝ 정도의 유리구슬 2개가 천막으로 날아와 철 구조물을 맞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말한다. “구슬이 깨진 것만 봐도 얼마나 큰 충격으로 날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 새총 같은 걸로 (날리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지만 아찔한 일이다.

누가 구슬을 쏘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위 ‘태극기 집회’를 하는 이들 곁에는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1일 그들은 광장으로 난입해 72년 만에 조국에 돌아온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행사를 방해했다. 세월호 시설물과 촛불 조형물을 파괴했다. 주말 광화문광장은 미세먼지만큼 위험해졌다. 일군의 사람들 등장 때문이다.

광화문광장뿐만 아니다. 수원에서는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벌어지자 국기봉을 차 안으로 쑤셔넣고 어린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빠를 폭행했다. 3월1일 사건 이후 경찰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기물 파손과 경찰관 폭행 행위를 엄정 수사하겠다 밝혔지만, 수원 사건 당시 시민 폭행을 보면서도 막지 못했다. 폭력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공권력마저 이들 앞에서 무기력해 보인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절 집회 단순 참가자들까지 폐회로텔레비전(CCTV) 기록, 버스카드 사용 내역까지 뒤지며 사법 처리하던 전지전능과 비교하면 경찰의 태도는 아리송하다. 분명한 것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분명한 폭력과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사와 처벌 의지만 있다면 피의자를 특정하고 책임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 피해자들이 이미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있으니 앞으로 경찰과 검찰의 의지를 살펴볼 참이다.

이들의 등장은 지난 시절 상처와 무관하지 않다. 가깝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 이후 촛불과 대등한 국민여론인 것처럼 이들은 등장했다. 철없는 그이가 오죽하면 “태극기 집회가 촛불의 2배”라는 거짓 뉴스를 받아 떠들었겠는가. 조금 더 멀리 가면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 피습 사건 당시 쾌유 기원 부채춤을 추었고,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유가족을 모욕하는 기자회견을 상습적으로 벌였다. 이름 중에는 ‘서북청년단’이 있다. 해방 정국의 서북청년단은 암살, 테러, 민간인 대량학살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의 활동이 집중된 제주도에서 4·3항쟁 당시 도민 10분의 1이 학살당했다는 증언이 있다.

아무리 박근혜 같은 대통령의 시대였다 하더라도, 과거 반성 없이 같은 이름을 쓰는 자들이 국민 앞에 얼굴을 당당히 드러낸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야만적인 일이다. 이들은 퀴어퍼레이드, 충남인권조례 폐지 집회와 각종 인권토론회, 개헌 공청회 등 자리에도 등장한다. 혐오를 담은 말들을 마구 뱉으며 정당한 의사표현을 방해하고 있다.

물론 항변이 있을 수 있다. 순수하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만을 주장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는. 혐오의 말을 쏟아내는 이들과 다르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혐오와 폭언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폭력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게 마땅하다. 그러니 그들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서라도 확실히 밝혀야 한다. 누가 집회에 난입했고,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조형물에 불을 붙였는가. 누가 구슬을 쏘았는가. 공정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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