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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3 18:14 수정 : 2018.07.04 09:34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불평등은 전세계의 해결과제다. 불평등에는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가계와 기업 간의 경제활동 결과인 ‘시장소득’ 차원의 불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경제활동에 정부가 사후적으로 개입해 조세와 정부의 이전지출까지 더해진 ‘가처분소득’ 차원의 불평등이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미국과 프랑스는 2013년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0.51로 같았다. 지니계수가 1이면 완전 불평등, 0이면 완전평등 상태를 지칭하므로, 시장에서 이뤄진 ‘1차 분배’는 모두 불평등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합쳐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9(미국)와 0.29(프랑스)로 차이가 컸다. ‘2차 분배’의 측면에서 프랑스는 훨씬 평등해졌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교수는 시장소득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차이에 주목한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정부도 시장도 이익집단의 압력과 개인적인 연줄에 좌우된다고 믿는다. 시장소득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의 노력과 능력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재분배는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당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시장소득이 연줄이나 운으로 결정되는데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은 비효율이나 불공정을 용인하는 반사회적 행위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1차 분배’에 영향을 주는 ‘평등주의’ 정책보다는 조세·정부지출·복지정책과 같은 재분배 정책을 선호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정규직 보호와 같은 정책들이 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해 취약계층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최근의 우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교정의 한계를 드러내고 시장소득의 정당성도 크게 훼손됨에 따라 1차 분배 정책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차 분배에 초점을 맞춘 평등정책은 20세기 초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을 중심으로 한 세대에 걸쳐 행해진 바 있다. 자본과 노동의 세력관계는 물론 자본 간 경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끔 시장경제의 경기규칙을 손보았고, 국가를 경제의 후견인이 아니라 사회의 후견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소득불평등은 획기적으로 해소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자본주의가 수십년간 지속됐다.

우리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그 흐름을 지금 이곳에서 새롭게 펼치려는 시도다. 지금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만 두드러져 보이고, 속도나 순서에 대한 비판도 많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앞세운 것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시장만능주의 ‘낙수효과’ 노선이나 시장과 사회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했던 ‘제3의 길’ 노선으로부터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몇개의 개별적인 1차 분배 정책이 아니라 높은 보완성과 정합성을 띠는 여러 정책의 패키지다. 임금제도 개혁,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인하, 기업 간 불공정거래 개선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근로능력이 없는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전반적인 복지시스템의 재편을 통한 누진성 강화, 국민적 동의를 통한 증세와 같은 2차 분배 정책들도 더해져야 한다.

몇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이 장기 프로젝트의 성패는 정교한 정책설계 및 상시적인 미세조정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시민들이 국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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