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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9 18:31 수정 : 2018.07.10 14:18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민화협 정책위원장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70년 동안 적대했고 북핵문제로 사반세기 동안 ‘악마화’시켰던 북한의 정상을 ‘평화의 수호자’ 미국의 정상이 만났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차례로 나열된 벽 앞에서 첫 악수로 시작된 두 정상의 만남은 형식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정상회담 결과물인 ‘6·12 공동선언’은 내용 면에서 더 놀라웠다.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고,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에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동안 북핵 관련 북-미 간 합의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아래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처를 하면 미국이 보상을 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새로운 관계 수립, 즉 북-미 수교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를 삼위일체로 추진하겠다는 구도였다. 지난 25년간의 북핵문제 해법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두 정상이 합의했다.

7월6~7일 폼페이오와 김영철 회담에 대한 당사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6·12 북-미 공동선언 이행방법을 마련할 실무회담을 이어가기로 한 건 의미가 크다. 따라서 북-미 공동선언은 우여곡절을 겪어도 결국 이행될 것이다. 그 결과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되면 대북 적대를 전제로 했던 한반도 냉전구조는 해체될 것이다. 90년대 초 한국은 적대국이던 소련·중국과 수교했다. 그때 한반도 냉전구조 절반이 해체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성사되면 미완성으로 남겨졌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완전하게 이뤄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신국제질서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변국들의 행보가 부산하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9월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아베 총리는 대북접촉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번이나 만났던 시진핑 주석을 6월19~20일 또 만났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변국의 지분에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2차대전 후 미·소가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우리를 동서 냉전구조로 끌어들였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가 되어 미완성의 냉전구조 해체를 마무리하는 단초를 열었다면, 김 위원장의 행보는 신질서 구축 과정에서 주변국의 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국내적으로 분단체제를 와해시킬 것이다. 그러나 분단체제는 그동안 보수진영의 ‘존재의 이유’로 활용돼왔기 때문에 냉전구조 해체처럼 빨리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분단체제하에서 구축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남남갈등의 외피를 쓰고 정치적 대결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정치권이 2020년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 지금 보수야당은 지방선거 참패 후 헤매고 있지만, 곧 헤쳐 모여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다. 이어 비핵화와 북-미 수교 결과로 구축될 ‘신질서’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북-미 수교와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정부의 외교적 대처에 사사건건 비판을 하면서 ‘구질서’, 즉 분단체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것이다. 원인이 따로 있는 국내 경제·사회 문제도 모두 ‘신질서’의 부작용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북미수교-평화구축-비핵화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와 성취감에 들떠 반가운 뉴스만 기다려선 안 될 것이다. 지금부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분단체제 와해 과정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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