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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6 18:19 수정 : 2018.07.17 21:16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필자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에 세븐일레븐이 있다. 오늘도 사람 좋은 얼굴의 점장님이 인사를 한다. 한국의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휴업을 하겠다는 뉴스 이야기를 했더니 놀라면서도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은 차이가 있다. 흔히 일본이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지만 2018년 5월 현재 일본의 편의점 수는 약 5만5천개인데, 한국의 편의점 수는 2018년 3월 약 4만개에 달한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편의점 수가 급증했고 지난 2년 동안 약 1만개나 더 늘어났다. 일본의 인구가 한국의 약 2.5배, 땅 넓이가 한국의 약 3.8배임을 고려하면 한국에 편의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래도 2년 내에 절반이 망한다는 자영업 중 한국의 퇴직자들이 그나마 하기 쉬운 업종이 편의점일 것이다. 또한 대형마트 규제를 배경으로 편의점이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며 빠르게 성장하자 대기업 본사는 편의점을 계속 늘려왔다. 편의점이 과도하게 많아지자 2012년 동일 브랜드 편의점은 250미터 이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규제가 생겼지만 2014년에는 실질적으로 폐지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편의점이 많아졌으니 한국의 편의점 매출과 수익이 일본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편의점의 연간 점포당 매출은 일본이 평균 약 20억원에 달하는데 한국은 약 5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의 편의점은 지난해 2월부터 경쟁 심화로 12개월째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과도한 경쟁과 매출 감소는 수가 너무 많은 한국 자영업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편의점 점주들의 반대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의 편의점 점장들도 단체행동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본사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2009년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신청하여 24시간 영업 등의 계약조건 변경과 수수료 인하를 주장했다. 회사는 가맹점주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반대했고 노조는 2010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오랜 심의 끝에 노동위원회는 가맹점주는 노동자에 해당하며 회사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2년 훼미리마트 가맹점주들도 이를 따랐고 3년 후 노동위원회는 회사가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하여 싸우는 것이 한국에서는 아마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을과 병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압력을 통해 갑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최근 포화상태와 매출 감소를 배경으로 출점 경쟁을 지양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점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이 수수료를 1%포인트 인하하고 다른 업체들도 수도요금, 전기요금 그리고 상품의 폐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집 근처의 일본인 점장도 한국에서 편의점을 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을까. 한국 편의점주들의 반발은 결국 한국 자영업의 슬픈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또한 퇴직자들이 스스로 힘겹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나누어 지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고 구조조정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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