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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5 17:46 수정 : 2018.08.16 09:00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남북 정상이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고 북-미 정상이 또 합의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합의였다. 평화라는 가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평화롭게 지내자는 데 반대하는 국가가 있겠는가. “이제부터는 숨 쉬고 살겠습니다.” 이런 하나 마나 한 당연한 말을 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다. 한반도를 지배하는 혼이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북-미 세 나라 지도자가 그 당연한 말에 합의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웠겠는가. 3개월 내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의를 시작하라고 한 정전협정에 서명한 잉크가 말라비틀어지고도 남을 시간이 걸렸다.

1953년에 태어난 사람이 환갑을 지내고 정년퇴임을 하고도 남을 긴 세월이었다. 그사이에 무수한 총탄이 오가고, 지뢰가 터지고, 사람이 죽고 다쳤다. 다치지 않은 사람도 숨죽이고 살았다. 그래서일까? 평화롭게 살자는 말이 당연하게 나오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평화롭게 살려면 당연히 이제 전쟁은 끝났다고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종전선언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가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만 말한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평화체제 구축”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단순 누락인지, 명령불복종인지, 하극상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붙인다.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내용에 일개 대사가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일까? 설명을 덧붙인다.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말일까? 전직 장성이 이 정도로 순진무구하지는 않다면,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는 ‘비가역적 종전선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 희망적 질문에 물을 끼얹는다. “평화체제를 지지하지만, 우리의 주된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

‘평화보다는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사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북-미 정상의 약속은 시나브로 잊힌다. 대신 지금까지 해온 오래된 과거가 되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이 핵심”이라며 “안보리는 최종적이고 검증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일치단결돼 있다”고 말한다. 평화체제의 구축이 핵심이라고는 얘기하지 않는다.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의 일치단결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평화를 만드는 과정의 일환으로 무기체계의 하나인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위협을 철회하겠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는 않은 것인지 묻는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화답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확인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의 구체적인 행동을 견인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일된 목소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제사회에 확인했으니, 평화체제가 이뤄질 때까지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은 왜 없는 것일까.

누가 평화를 말하면서 평화를 두려워하는가? 모두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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