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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6 22:11 수정 : 2018.08.26 22:21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국민들은 잘 모른다. 그동안 남한에 온 3만여명의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남한에서 장기간 감금되어 왔다는 사실을. 70년대에는 수년간 감금된 사례도 있다. 90년대까지도 심각한 구타와 고문이 이루어졌다. 간첩을 추궁당하고 사생활을 포함한 모든 개인 정보가 털렸다.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다뤄도 됐고 ‘간첩’은 잡아야 했다. 형사절차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전쟁포로에 대한 취급도 비상계엄하의 체포·구금에 대한 특별 조치도 이렇지는 않다. 90년대 중반까진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없었다. 그 이후에도 ‘임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추상적 조항만이 있을 뿐이다.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되고 인권보고서가 나오고 유엔의 권고가 있었다. 간첩 잡는 절차라고 떠들던 정부는 이 감금이 형사절차와 무관한, 정착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절차라고 확인했다. 한 명의 자원봉사 변호사로 감금시설의 모든 인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한다. 세칭 ‘대성공사’, ‘중앙합동신문센터’로 불리던 시설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은 이 감금시설 내 ‘인권보호 강화’를 담고 있다. 조사기간이 180일에서 90일로 단축됐음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 90일이던 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180일로 늘어났던 기간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사건을 조작하는 데 활용됐을 뿐이다.

위 기본계획은 또 감금된 사람의 본인 의사에 의한 퇴소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한 보장을 얘기한다. 감금된 사람에게 자유롭게 퇴소할 권한을 준다면 애초에 감금의 형태는 불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간첩 조작 혹은 탈북 조작을 위해 감금된 북한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된 경우 외에는 변호사들이 접근할 길이 없었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식당 종업원들 사건도 결국 이러한 불법적인 비밀구금시설이 있기에 가능했다. 적어도 일부의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남한에 갇혀 있는 국제법상 강제실종, 즉 납치의 피해자다. 국제법은 강제실종의 정의에 “자유의 박탈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거나 또는 그들의 운명이나 행방에 대한 정보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포함한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국제적 중대범죄인 강제실종은 계속범으로 현재진행형이고 정권 교체로 국가범죄 범죄자들의 인적 구성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가해자에게 가해자 스스로에 대한 처벌의 선택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범죄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결을 달리하는 문제다. 적어도 일부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탈북’자가 아니다. 탈북은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시점에서 탈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범죄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북한 내 가족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얼버무려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통스러운 피해 상황을 만들어낸 정부는 당사자들의 선택에 의해 혹시 초래될지 모르는 가족들의 불이익조차 막아야 하는 법적인 의무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간첩 조작과 탈북 조작, 심각한 인권 유린의 감금조사절차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통합이 아닌 철저하게 순종적인 2등 국민을 만들어내고 있는 절차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정착지원을 심사하는 행정절차와 주체, 간첩 혐의자 등을 수사하는 형사절차와 주체를 철저히 분리해야 하고 전체 절차에서 비구금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그곳엔 사람이 갇혀 있다.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바꿀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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