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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3 18:05 수정 : 2018.10.24 09:41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 말이 진실이었고, 그에 대한 의혹들은 가짜뉴스였다. ‘유언비어, 국론분열 발언, 브이아이피(VIP) 비방 등이 제기될 때는 일단 해당 사이트에서 즉각 내리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 세월호 참사 열흘 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이다.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조직적이다. 종교단체를 빙자해 대북문제, 난민, 동성애는 물론 대선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왔다. 그래서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총리가 직접 지시했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서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다.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대응 태세를 구축해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길 바란다.’ 법무부가 고소·고발 전에라도 적극적 인지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법무부가 아니라 방통위가 나서면 더 나을까? 세월호 사건 넉달 후, 박근혜 청와대의 지침은 이러했다. ‘사실과 다르게 과장, 왜곡 보도 하는 경우가 많은 언론 환경하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가 곧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임.’

많은 사람이 정부 대책에 우려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높은 반면 실효성은 낮기 때문이다. 왜 그러한지, 대신 어떤 방법을 통해 가짜뉴스를 잡을지에 대해서는 이미 ‘세상읽기’를 통해 홍성수 교수가 잘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보훈단체들의 정치활동 금지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로 구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도 신설했다. 정부는 정치활동 금지가 이미 현행법에 있는데 처벌 규정만 더한 것이고, 공직선거법에 준해서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보훈단체가 괜한 구설수에 말려들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마련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예방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훈단체들의 관제데모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 선의를 몰라서가 아니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시비 걸기 좋아하는 알량한 식자 근성의 발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는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민주주의에는 선악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다른 쪽이 칼자루를 쥘 수 있다는 가정하에 운영되는 게임이다.

적폐의 뿌리는 위로부터 청산되지 않는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권성동·염동열 의원의 무혐의 처분으로 확인되지 않았나? 정치검찰을 바로잡고 재판 개입을 없애려면 검찰과 법원을 내부에서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없애고 판사의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에서 적폐는 더 많은 민주주의로만 청산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향은 반대여야 한다. 보훈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교원노조, 나아가 모든 단체와 개인의 정치활동을 가능한 한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이 답이다. 촛불정부라면 촛불정부다운 해법으로 문제를 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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