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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8 18:18 수정 : 2018.11.08 19:05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당시 43살에 불과한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을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에 임명했다. 일찍이 오바마 캠프에서 활동했던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미국 경제의 회복과 재투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법은 과감한 조세재정 정책을 통해 위기의 여파로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는 광범위한 조처들을 담고 있었다.

퍼먼은 대통령 임기 말인 2016년 가을에 ‘재정정책에 대한 새로운 견해’라는 제목의 짧은 보고서를 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쏟아져 나온 수많은 연구 결과를 모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여기서 그는 재정정책에 대한 ‘오래된 견해’를 반박했다.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를 달리고 금리도 4~5%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재정정책은 경기안정화 수단 정도로 소극적으로 사용된다. 이때는 과도한 재정지출이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지출을 몰아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소위 ‘구축효과’의 논리가 통한다. 즉, 민간부문이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와 계산에 따라 쓸 돈을 비효율적인(?) 정부가 가져다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게 오래된 견해의 골자이지만, 금리가 영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져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장기침체에 빠져들 조짐마저 있는 경우에는 다르다.

퍼먼의 새로운 견해에서 주목할 대목은 재정 확대가 민간 투자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지출이 성장을 자극하면, 즉 수요가 증가해서 생산이 증가하면 그에 맞춰 투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가속도 원리). 게다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내려가 소비와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침체기에는 케인스식 처방이 통한다.

퍼먼에게 확신을 준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 결과였다. 재정정책은 수요뿐만 아니라 경제의 공급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효과적으로 설계된 공공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면 성장 효과는 더 커진다. 아이엠에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2016년에 동료 연구진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입증했다. 여기서 공공투자란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은 전형적 사회간접자본(SOC)뿐만 아니라 돌봄, 교육, 연구개발(R&D) 시설까지 포함한다.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정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도 지출 구성을 소비형에서 투자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성장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덧붙였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재정정책은 금리가 충분히 낮아져서 통화정책 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때 더 잘 먹힌다. 사실 현재의 국내 경기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국의 예고된 금리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적어도 여기서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재정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기가 계속 위축되어 내년에는 2%대 중반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끝나더라도 금리가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당분간 2% 정도의 국채금리와 4% 정도의 명목성장이 지속된다면, 흔히 재정건전성의 지표로 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적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공투자 위주의 재정 확장을 시도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공공인프라가 무엇인지 잘 따져서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단, 그냥 부처별로 알아서 몇%씩 늘려보라고 하면 흐지부지 사라지는 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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