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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7 17:33 수정 : 2019.01.08 09:35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새해 벽두부터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소식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그는 2017년 11월 초과세수가 많은데도 부총리가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예정된 국채 바이백(조기 상환)을 갑자기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적자국채의 발행은 결국 취소되었지만 이후에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자국채의 발행은 세수뿐 아니라 금융시장 상황이나 재정정책의 기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부와 청와대가 협의한 뒤 결정하는 일이며, 이견과 주도권 다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책결정 과정의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폭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오히려 재정건전성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모두 나랏빚에 크게 신경을 쓰고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지면 정부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기가 썩 좋지 않은데도 초과세수를 사용하여 국채 4조원을 조기에 순상환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기도 했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며 나랏빚이 나쁘다는 생각은 재정정책의 긴축 경향을 낳는다. 나라살림은 가계살림과 달라서 총수요가 부족하면 재정지출을 늘리고 때로는 빚도 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 노력이 부족했다. 특히 문제는 2012~14년의 세수부족 사태 이후 보수적인 세수추계로 인한 대규모 초과세수다. 본예산 대비 2016년 약 20조원, 2017년 약 23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작년에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세수는 거시경제에 결과적으로 긴축의 압력을 가하여 내수가 둔화되는 현실에서 필요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가로막는다.

2017년 말로 돌아가보자. 이미 초과세수가 발생한 상황에서 부총리와 청와대는 확장재정을 위해 세계잉여금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적자국채의 발행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듬해 초에 나라살림을 결산한 후 남는 돈인 세계잉여금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들어온 수입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확장재정의 정공법은 아니지만, 나랏빚을 늘리는 데 반대가 워낙 많다 보니 정부는 빚을 내는 대신 세계잉여금을 추가경정예산에 쓰곤 한다.

하지만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더라도 추경에는 일부만 사용할 수 있다. 세계잉여금은 순서대로 일정 비율로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을 정산한 후 공적자금과 국채를 상환하며, 마지막에 남는 금액을 추경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결산에서는 10조원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발생했고 1조9천억원이 2018년 추경에 사용되었다. 사실 2018년 추경은 한계가 컸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11조원의 추경은 당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예산에 반영하여 세출을 크게 늘렸고, 본예산에 비해 추경예산 대비 초과세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8년 추경은 그렇지 못해서 3조9천억원으로 규모도 작았고 재정긴축의 압력이 더욱 커졌다.

이번 적자국채 발행압력 논란의 중요한 배경도 초과세수라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먼저 나랏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거시경제를 위해서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정확한 세수추계로 초과세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전 기재부 사무관은 세수추계 과정에서도 정무적 고려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관료들이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세수추계를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논란이 초과세수 문제와 재정건전성 신화를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논의로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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