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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31 18:17 수정 : 2019.02.01 13:33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회사의 자사주 매입 신청 건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30%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자사주, 즉 자기 주식의 매입은 주식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해당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다.

보통 법인세를 내고 남은 회사의 소득은 배당과 유보금으로 쓰이는데, 회사가 배당이나 유보 대신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이 아닌 회사가 자기가 발행해서 유통되는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주식을 소유하겠다는 것이니 원칙적으로 매우 어색한 행위다. 사실 자사주 매입이 허용되지 않는 시절도 있었다.

매입된 자사주는 소각되거나 회사 명의로 보유되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 회사의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그만큼 주당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이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에서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차별적 효과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에 맞게 주주환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회사에 대해 내부 유보를 줄이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높이라는 권고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은 주요 선진국은 물론 대다수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는 정당한 요구라 할 수 있다.

배당 성향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주가의 저평가 현상은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와 회계 처리 관행에 더하여 만성적으로 낮게 유지된 배당 성향 때문이다. 만약 임금 인상과 함께 배당의 형태로 기업의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충분히 환류하면 주가의 상승과 소비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고전적인 순수 재무이론에서는 회사가 이익을 처분하는 데 배당을 하든 자사주 매입을 하든 주주의 입장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배당 증가가 훨씬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회사가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권의 방어나 소유지배구조 개편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데다 우호주주에게 처분하면 경영권에 필요한 실효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자사주의 마법)이다. 특히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나 승계 전략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일반 투자자들도 그렇게 인식한다면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에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배당과 차별화된다. 특히 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배당에 비해 작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일부 투자자는 매각에 의한 자본이득을 얻겠지만, 최근의 행태 재무이론에 따르면 이는 일시적인 소득이나 재투자할 원금으로 인식되어 소비로 풀려나오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소득의 종류에 따른 한계소비성향의 크기는 임금소득, 배당소득, 자본이득 순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과세의 이슈도 제기될 수 있다. 배당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자사주 매입에 의한 주가 상승과 자본이득의 실현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거나 낮은 세율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업소득의 처분에서 자사주 매입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이롭지 않다. 원칙적으로 주주환원은 배당 형태로 하는 것이 옳으며, 이를 유도하기 위한 법과 규칙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비대칭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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