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2.11 18:18 수정 : 2019.02.12 09:31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런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안식년으로 영국에 온 지도 6개월, 며칠 전 런던에서 세미나 발표를 하고 파리에 다녀왔다. 유로스타를 타면 두시간 반이면 파리에 도착한다. 영국의 휴대전화는 유럽에서 무료 로밍이 되고 유럽 여권을 지닌 이들은 출입국 심사도 특별히 빠르다. 이렇게 가까운 영국과 유럽이지만 이제 그 관계가 파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앞에서 영국인들의 얼굴은 태연해 보이지만 불안함도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합의안은 지난 1월 영국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특히 유럽연합에 속한 아일랜드와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을 세우지 않기 위해 영국이 유럽연합의 관세동맹 안에 남도록 한 백스톱 조항을 둘러싸고 갈등이 크다.

하지만 결국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다면 영국 경제와 시민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며칠 전 닛산은 영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취소했고, 영국 중앙은행은 최악의 경우 브렉시트로 국내총생산(GDP)이 약 8%나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영국인들은 정말 이럴 줄 모르고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을까. 아마도 세계화와 함께 처지가 계속 악화되어온 지방과 하층의 노동자들은 아예 판을 뒤집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는 이민자에 반대하고 유럽연합의 간섭을 비판하는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이 솔깃하게 들렸을 것이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온갖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국 정치에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기차는 금세 도버해협을 지나 프랑스로 들어섰다. 도심의 건물들이 낮아 에펠탑이 어디서나 보이는 파리는 전통과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 파리 시민들은 이 거리와 광장에서 혁명과 민주주의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포퓰리즘의 부상을 누르고 2017년 대선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이 당선되었고, 그의 새 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독단과 일방통행으로 마크롱의 지지율은 빠르게 하락했고, 최근 그는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수많은 시민이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긴축, 그리고 부자와 기업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지난해 부유세를 매기는 대상을 부동산으로 축소하여 이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실제로 부유세 전체 세수의 약 76%인 32억유로가 줄어들었다. 시위가 격화되고 지지여론이 높자 그는 결국 유류세 인상계획을 철회하고 최저임금도 인상할 것이라 발표했다.

주말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수는 적었지만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들이 개선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고, 대토론을 열며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정치 모두 역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일까. 아마도 기로에 선 것은 현재의 서구 자본주의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과 세계화로 대표되는 한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포퓰리즘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균열은 그것이 가져온, 갈라지고 있는 경제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유럽인들은 이제 심화되는 불평등을 외면한 기성 정치권과 엘리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극우 포퓰리즘은 더욱 나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유럽인들이 평등을 위한 시민들의 연대라는 지혜를 다시 보여주길 희망하며, 런던행 기차를 타기 위해 파리 북역까지 길을 걸었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잠시 얼굴을 보였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