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3 18:09
수정 : 2019.03.04 21:32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이 초미의 관심사다.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국회에서는 20대 남성의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급기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보고서에는 20대 남성 지지율의 하락 원인을 여성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찾는 내용이 담겼다. 지지율 통계에 관련해서 논란이 있으나, 20대 남성 지지율이 20대 여성 지지율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것만큼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20대 남성 지지율의 하락이 20대의 문제인지 20대 ‘남성’의 문제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청년 실업 문제 등 젊은 세대의 고충이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성별과 무관한 문제다. 그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이 이전 남성 세대에 비해 좀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기존 남성 집단이 누리고 있던 기득권이 해체되는 과정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대 남성이 아닌 20대에 관한 일반적인 문제로 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당하다.
20대 남성의 불만이 여성의 집단이기주의나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분석은 더욱 문제적이다. 최근 페미니즘이 제기한 이슈는 디지털 불법 촬영, 직장과 학교에서의 미투, 성희롱·성폭력 등이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적 착취와 차별, 폭력을 몰아내자는 것이었다. 여성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과 평등의 문제였다. 정부가 부족하나마 대책을 내놓고 있을 뿐 그 요구가 다 실현된 것도 아니다. 이제 작은 성과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있는 정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남성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요구는 여성의 집단이기주의이니 그만두어야 하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누군가는 ‘일부’ 페미니즘의 과격한 운동 ‘방법’을 지적할 것이다. 이에 대한 구구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자.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그 일부 페미니즘의 과격한 문제의식을 수용한 것도 아닌데,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인과관계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쯤 되면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보다 20대 여성이 지지를 계속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20대 남성 고유의 문제가 있다면 역시 군대다. 20대 한창나이에 18개월의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정당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도 아니고 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장기간 학업·경력 단절이라는 문제도 겪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군복무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런데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사병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지는 않았고 모병제 도입도 안 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거라면 그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겠다.
먹고살기 힘들고 돌파구가 잘 안 보일 때 만만해 보이는 소수자 집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혐오의 사회현상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뿐만 아니라 이주자, 난민, 장애인, 성소수자, 5·18유공자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그것은 그 집단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정당하지 못하다. 문제의 원인이 아니기에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대 남성 지지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20대 남성이 처해 있는 현실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의 원인을 여성들의 집단이기주의나 페미니즘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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