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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4 17:59 수정 : 2019.03.05 09:28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민화협 정책위원장

2월28일 자정,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10시간쯤 지난 시점이었다. 이어 3월1일 최 부상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에서 나온 말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단순한 해명이나 항의만이 아니었고, 이를 통해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의지도 예측해볼 수 있었다. 북-미 중재자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그 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8일에는 “앞으로도 이런 거래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3월1일 기자회견 내용은 더 구체적이면서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최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님의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느낌을 받았다”며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 가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돼도 돼야 한다는 생각 하고 있는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미국이 상응조치를 제대로 안 해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작심발언으로 들렸다.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은 대미협상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밀고 당기는 데는 능할 수 있으나, 관료들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 때문에 전략적 판단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처지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 올 때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까지 고려하고 김 위원장 주재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했는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회의 후에 나온 것이 ‘새로운 길’에 대한 언급이라면, 이는 2002년 10월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사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제임스 켈리 일행이 평양에 가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했을 때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당신네가 시비 거는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은 물론 그 이상도 가질 수 있다”고 호기롭게 반박했다. 부시 정부는 그런 답변을 근거로 대북 압박과 제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북한 경제는 어려워졌다. 물론 ‘새로운 길’이 전혀 새로운 말은 아니지만, 국내 정치에 휘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핑계로 국면전환 차원에서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김 위원장으로서는 그런 결과를 자초할 선택을 해서는 안 될 것이 아닌가?

북한은 자기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하노이에 올 수 없는 상황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러 왔다는 걸 알고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계속 들려오는 워싱턴발 국내 소식에 신경이 쓰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임했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애매한 합의보다는 북핵 협상 결렬을 택했다는 미국 조야의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 하노이회담 결렬 후 미 여야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칭찬했다. 다만 하노이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과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은 향후 북핵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북한 당국에 제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 수 있는 ‘핵-평화-수교’ 빅딜이 일장춘몽이 되지 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 의중을 읽고 그의 입지를 도와주는 전략적 접근을 고민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중재를 부탁한 문 대통령과 적극 협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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