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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1 17:35 수정 : 2019.03.13 15:53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얼마 전 서울대 의대에 자식을 진학시키기 위한 부모의 사교육 이야기를 다룬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제목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은 또 하나의 캐슬이었다. 최상위 0.1%의 까마득히 높은 성을 둘러싸고 있는 상위 10%의 성 말이다.

한국 사회는 국제적으로 볼 때 상위 10%가 전체 소득과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2016년 현재 약 12%로 주요 선진국 중 5위지만, 상위 10%의 집중도는 약 43%로 미국 다음으로 2위이다.

그렇다면 상위 10%는 누구일까? 노동자의 연봉만 따져보면 2017년 기준으로 연간 6746만원 이상을 벌어야 개인 기준 상위 10%에 들어간다. 아르바이트 등 모든 노동자를 포함한 수치임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낮다. 가구소득 기준으로는 2018년 상위 10%의 경계값이 약 1억원이다.

이 상위 10%의 성 안 사람들은 사업가와 전문직 부자들뿐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과 공기업 노동자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이다. 성 밖에 90%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살고 있다. 더욱 먼 곳에는 노동시장 바깥의 빈곤층과 노인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성 안팎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성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에서 2016년까지는 금융소득과 같은 비근로소득의 집중도 증가로 상위계층의 소득집중도가 약간 높아졌다. 또한 지난해 4분기 가구소득 상위 10%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하여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

이 성의 높고 공고한 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등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오랫동안 쌓인 것이다. 그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공정경제의 확립과 성 밖 노동자들의 조직화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 노조와 공공부문, 그리고 각종 규제와 면허에 기초한 기득권들도 성벽의 일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쟁의 촉진과 임금체계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도 필요한 이유다.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무금융노조는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설 경우 올해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렇게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지금은 상위 10%라 해도 회사를 나가면 똑같이 성 밖의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 효과적인 방법은 세금을 올리고 그것을 사회복지와 안전망을 대폭 확대하는 데 쓰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사회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터키보다 낮은 약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0%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2016년 근로소득 상위 10% 경계값의 총급여 기준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약 6%이고 상위 20% 경계값의 경우 약 3%에 불과하여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최상위 0.1%에 집중되어 있고 최근 소득집중도 상승의 배경인 자본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증세와 함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근로소득에 대한 광범위한 증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증세가 이리도 힘든 것은 역시 여론과 정치를 주도하는 것이 성 안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스스로를 성 밖의 중산층이라 생각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높은 성벽으로 갈라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 위치가 소득을 결정하는 사회는 경제의 역동성이 둔화되기 마련이다. 한국이라는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상위 10% 캐슬 안에서부터 성문을 열고 성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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