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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7 17:08 수정 : 2019.03.28 13:54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두만강의 봄은 아직 멀었다. 두만강을 가로질러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외의전 담당인 김창선 부장이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의 북-미 정상회담 때와 같이 김창선 부장의 사전답사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명백해진 바와 같이 북한은 제재완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바란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와 제재완화에 대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새로운 길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러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일 것이다. 그중에서 러시아 연해주 지방을 중심으로 한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 북-러 간 경제협력 사업은 대북 경제제재로 대부분 막혀 있다. 그러나 몇가지 예외가 있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를 개통해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산 석탄을 수출하는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사업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예외이다. 제2270호 제9조 및 제2371호 제8조에서 석탄수출 금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2375호 제18조에서 합작사업 금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제2397호 제16조에서 화물선박 해상차단 강화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 단독 대북제재는 북한 관광 자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의 대북제재 규칙도 개인 여행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거래는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 연해주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관광을 가는 것은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아가 두만강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자동차용 다리를 새로 건설하는 것도 북한 내 투자로 볼 수 없어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북한 내 나진항 개발이나 관광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는 유엔 제재위원회의 제재 예외 인정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지난해 7월에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를 타고 나선에 가본 적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피땀이 맺혀 있는 연해주 평원지역을 지나 이순신 장군의 젊은 시절 근무지인 녹둔도를 바라보며 북한으로 들어가니 굴포리 석기시대 유적이 있었다. 나선지역의 동해안을 따라 수많은 석호와 섬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러시아 극동지방과 나선을 연결하는 다리를 통해 북한 관광이 이루어진다면 북한 경제에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의 경제협력 상징으로서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제재 예외라고 하더라도 나진-하산 사업이나 북한 여행은 미국의 양해가 없다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미국의 사실상의 양해가 없다면 북한과 거래하는 러시아 은행들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해당될 우려가 있어 선뜻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은 강대강의 대치 국면을 조금 벗어나 제재 확대 철회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철회를 통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관광과 같은 제한된 범위에서 북-러 협력을 양해한다면 북-미 상호신뢰구축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에 미국은 냉전 시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했던 것과 반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이 정책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결과 보고서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 걷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다면 북-러 경제협력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양해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러시아 극동지방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관광과 물류의 연결 등 ‘나인브리지’ 정책을 표명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도 발족시켰다. 그러나 핵문제와 대북제재로 더뎠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현실화되어 북-러 경제협력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경우 우리의 신북방정책도 새롭게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두만강의 봄이 한반도의 봄을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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