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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6 18:17 수정 : 2019.10.07 09:27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서울 서초동, 법원과 검찰청이 모인 곳이라 집회와 시위가 일상인 곳. 웬만한 대규모 집회나 시위에는 익숙하다. 광활한 대로도 그저 차들이 오가는 귀갓길의 초입일 뿐 그 외의 모습을 떠올린 적은 없다. 최소한 사람들로 꽉 차고 셀 수 없는 촛불로 수놓인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다. 운집한 시민들은 무엇을 원한 것일까. 구체적인 구호야 제각각이었겠지만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느슨한 연대의 핵심은 검찰개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목소리가 오직 검찰만을 향한 것이었을까. 서초동엔 대법원도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은 스스로에 의해서만 지배받는다’는 국민 주권과 자기 지배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배자가 따로 존재해선 안 된다. 어떠한 공권력도 힘이 너무 강해지면 지배자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헌법은 국가의 기능을 입법(국회), 행정(정부), 사법(법원과 헌법재판소)으로 나누어 분산시키고 견제하도록 하였다. 한편 지배자가 없어지면 지배자를 대신하는 규칙이 필요해진다. 그것이 법이다. 사람이 다스리지 않고 법이 규칙이 된 사회, 그것이 법치주의다. 즉,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사회에서 사법(법의 해석·적용·확정과 선언, 즉 재판작용을 의미한다)은 특정 지배자의 수족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국민으로부터 유리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사법부는 어땠는가.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사법행정의 모든 권한은 사법부, 정확히는 대법원장에게 독점되었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배제되었다. 즉, 대외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제도가 설계되었다. 사법부는 그 제도 아래에서 스스로 권력기관이 되었다. 사법부란 조직의 위상 강화에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재판의 독립과 판사의 독립은 무시되었다. 사법부는 앞서 말한 ‘특정 지배자의 수족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국민으로부터 유리되어서도 안 된다’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조직의 권한 확대를 위해서 스스로 청와대 및 정치권과 유착했다. 내부적으로는 인사권으로 판사들을 통제하며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판을 막거나 재판을 조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을 모두 비공개하여 사법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는 피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정권을 가까이하며 조직 강화를 향해 달린 사법부. 사법독립을 사법부 조직의 독립으로 치환하고 사법독립을 핑계로 민주적 통제를 피한 결과 사법부는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이다.

다행히 이런 사법부의 전횡은 그 누구도 아닌 판사들에 의하여 저지되었다. 사법농단의 진상규명을 이끈 것은 대다수의 판사들이었다. 이제는 밝혀진 사법농단의 재발을 방지할 제도적 개혁을 추진할 시기다. 개혁안의 구체적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이번 개혁의 목표는 사법농단의 재발 방지가 되어야 함을 확실히 해야 한다. 내용은 큰 틀에서 재판의 독립을 강조하고 사법부 내외의 균형과 견제를 확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균형과 견제는 정보 공개와 권한 분산이 전제된다. 투명한 사법행정과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 사법행정과 재판작용에 대한 실질적인 민주적 통제도 필요하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한을 시민사회 참여형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고, 재판에 대한 외부 평가가 제도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한을 행사할 때 시민사회의 견제를 받고 판사는 재판할 때 인사권자인 법원장보다는 국민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다시 서초동 집회로 돌아가본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다. 헌법상 검찰의 독립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사법통제와 공소유지 기능보다 직접수사 기능이 강조된 지금의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라기보다는 수사기관에 가깝다. 검찰개혁은 폭넓게 논의되어야 하지만 모든 국가기관이라면 추구해야 할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이유로 검찰의 조직 독립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 위험한지 설명해보라 하면, 고개를 들어 사법농단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헌법상 독립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사법부였다. 그런 사법부조차 재판이라는 국가 기능의 독립과 조직의 독립을 동일시하고 견제와 균형을 도외시했을 때 조직 강화만을 바라보는 괴물이 되었다. 결국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조직의 독립이 아닌 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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