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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31 17:54 수정 : 2019.11.01 02:06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법연수원 시절 한 법관 교수님께 물었다. 재판할 때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거나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지. 돌아온 답은 간단명료했다. 헌법재판소가 없던 시절 독일 이론만 공부한 사람에게 위헌법률 제청을 스스로 고민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아무리 전문가라도 어떤 내용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적어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법관의 헌법에 대한 무지는 그 재판을 위법하게 만들 수 있고 기본권 침해 상태를 공인할 수 있다.

한국은 자유권, 사회권, 인종차별 금지, 고문 방지, 여성·아동·장애인의 권리 등과 관련된 국제인권조약을 비준·가입했다. 이들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헌법 6조 1항), 즉 적어도 법률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재판을 해야 하고(헌법 103조),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재판에서 문제 된 권리를 규정한 국제인권조약을 제대로 충분히 적용하지 않은 재판은 위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법원의 현실을 보면 국제인권조약의 국내적 효력을 인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기본권, 인권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국제인권조약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적용되는 경우에도 국제법적 해석 기준에 입각하여 성실하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사건의 1심 판결에서와 같이 별도의 국내 이행입법이나 구체적인 구제 절차가 조약 자체에 규정돼 있지 않으면 그 조약 위반 자체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설시한 어이없는 경우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해결된, 또는 해결되고 있는 사례다. 달리 얘기하면 그 이전에는 국제인권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냈다는 얘기다. 전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아버지가, 그 아들이, 그 아들의 형과 동생과 다시 그 아들이 자신의 믿는 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6월의 형을 사는 사회”(전수안 대법관 퇴임사 중)가 극복되고 있다.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의 평등 조항을 근거로 이주여성의 체류자격 박탈의 부당성을 지적한 판례도 있고, 자유권 규약에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조항을 근거로 집회의 자유 행사에 대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와 업무방해죄 적용의 부당성을 지적한 판례도 있다. 법원은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여성에게 관습의 변화에 따른 종중원 지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피구금자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는 변호인의 피구금자 접견권, 구치소 내 과밀수용 등이 다투어진 헌법소송에서 기본권 확인의 근거로 작용했다. 비록 많지 않은 판결의 예시이지만 적어도 국제인권조약과 기준의 제대로 된 적용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보여준다.

국내 법원에서 국제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은 국제법에 너무나 생소한 법관들이 국제법 적용을 가능한 한 회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법관에게는 단순히 개인적 ‘생소함’일지 모르나 그것은 위법한 재판으로 귀결될 수 있고 개인들의 인권 침해와 삶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법의 해석 기준 및 방법은 어떠한지, 국제인권조약의 해석 기준은 일반적인 국제법과 무엇이 다른지, 국제인권조약을 해석하는 데 꼭 참고해야 할 문헌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그리고 법관 개개인이 바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인권법 실무편람을 마련하고, 기존 분야별 실무편람에 국제인권조약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법원 내외부 ‘종합법률정보’에 국제인권조약 및 그 해석에 필요한 문헌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신임·경력 법관 연수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국제인권법이 포함돼야 한다. 국제인권법의 적용은 법학 교육 단계에서부터 고민돼야 하고, 검찰·변호사들과 함께 입법부·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하지만 ‘법률’에 의한 재판을 헌법상 요구받고 있는 법원이 먼저 시작하면 된다. 매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여러 법정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국제인권법이 배제된 채 위법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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