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30 20:01
수정 : 2006.06.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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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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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얼마 전 김종훈 수석대표는 “교육·의료 등 사회 공공제도는 통상 의제가 될 수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에도 오를 수 없다”고 했다. 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은 반대론자들의 기우이고 오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기우이고 오해일까?
그가 지적한 협상분야만 봐도 그렇다. 지적재산권? 이 분야의 핵심적인 사항은 의약품 특허다. 미국은 협정에서 새로 개발되는 약은 무조건 선진 7국 평균약값으로 하고, 또 특허기간을 연장하여 값싼 복제 의약품 생산을 막으려 한다. 선진 7국 평균약값? 대표적인 것이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다. 약값이 한 알에 2만5천원, 한 달에 300만~600만원이 들고, 보험 적용이 되어도 90만~180만원을 내야 했던 약. 마침내 백혈병 환자들이 여의도 노바티스사 앞에서 “약이 없어 죽을 수는 있어도 돈이 없어 죽을 수는 없다”고 외치게 했던 이 비싼 약값은, ‘선진 7국 평균약값’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약값은 미국 약값의 33%, 선진국 약값의 48%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되면 약값이 두 배 내지 세 배로 뛰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비자 부담도 문제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 약값으로 나가는 돈은 8조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30%다. 이 돈이 두세 배로 뛰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오해이고 기우인가?
금융? 금융협상 핵심의제의 하나는 보험료 규제완화다. 미국에서 민간 의료보험은 그 손해율이 80%로 정해져 있다. 100원을 보험료로 받으면 80원은 가입자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규제가 없다. 한국에서 에이아이지(AIG)나 삼성생명은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60원을 돌려줄 뿐이다. 그런데 한-미 협정에서는 아예 보험료 완전 자유화를 요구한다. 이미 한국의 민간 의료보험은 8조~10조원 규모로 공적 건강보험 규모의 3분의 1이 넘고 1인당 민간 의료보험에 내는 돈은 8만8천원이다. 민간 의료보험은 이미 공적건강보험을 위협할 정도로 비대해져 이를 규제하는 것이 한국 의료개혁의 핵심과제다. 그런데 한-미 협정은 그 핵심의제가 민간 의료보험을 더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제도가 협상의제가 아니다?
정부는 교육은 협상의제가 아니라고 오해를 풀라고 한다. 그러면서 대학은 협상 대상이란다. 당장 대학 등록금이 갑절 넘게 뛸 것이 분명한데 오해를 풀라니 이 무슨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인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정부들은 항상 공공제도는 예외라는 것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도 교육과 의료제도는 예외라고 했다. 그러나 나프타 이후 캐나다의 의료와 교육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교육과 의료제도의 개혁이 물건너 갔다는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공공 의료보험 도입 계획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자유무역협정 아래서 민간 보험사의 영업이익을 침해하게 되면 정부가 손해를 배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북미의 시민운동가들은 “나프타 이후 사회 공공 제도가 즉시는 아니더라도 결국은 사유화, 영리화되었고, 더 나쁜 것은 공공성의 파괴 쪽으로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자유무역협정 그 자체가 기업의 이윤추구를 규제하는 공공제도를 무역장벽, 투자장벽으로 보고 이를 제거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런데 교육과 의료는 협상 의제가 아니니 오해를 풀라고? 누가 오해를 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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