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6 19:23
수정 : 2006.06.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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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이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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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여성가족부 관계자들과 함께 ‘성을 파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센터를 방문했다. 성매매 문제는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매일 밤 10시까지 일을 해도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공무원들이 지원센터 활동가들의 고충을 들으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하기 위해서다. 특히 업소에서 일했던 4명의 여성이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해 함께 만났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당시 여의도에서 시위를 했던 한 여성은 처음엔 이 법을 만든 나라가 너무 야속하고 미웠지만, 지금은 지원과 관심을 기대한다며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찾지 못하면 다시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덧붙이며, 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나누기를 원했다.
같은 날 우리 일행은 〈연합뉴스〉의 ‘성매매특별법 경제학적 관점에선 문제 많다’는 기사(2006년 6월20일)도 접했다. (2006년 1월에 발간된 보고서의 내용이 왜 갑자기 그날 신문의 기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용은 ‘성매매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법이 주택가 등으로 성매매를 확산시킬 수 있는 풍선효과를 내며 현재의 집창촌 단속이 직접적으로 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며 사회적으로 성병확산 등의 큰 비용을 유발하게 되니 사회적으로 나쁜 것의 소비를 축소하기 위한 최선의 경제학적 대안은 성매매 장소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위의 기사를 ‘성을 파는 여성들: 더 이상 이 일을 원치 않는 여성들이나 현재에도 이 일을 하지만 언제나 다른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에게 들려준다면 그들은 뭐라고 말할까? 성을 파는 여성들이나 성을 사는 남성들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까? 사람들마다 ‘성을 파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보고서를 쓰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고서를 기사화하는 사람들은 한번이라도 ‘성을 판다는 것’ 그리고 ‘성을 파는 여성’들을 고려했을까?
정작 성을 파는 것을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파는 ‘여성’들인가,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인가? 초등학생도 성매매가(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적 문란을 조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나쁘다고 교육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학부모는 딸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성을 파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를 한단다. 이렇듯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의 일’임과 동시에 ‘필요악’으로서 성을 파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기사처럼 ‘성매매 때문에 나라가 큰일이 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성을 파는 여성들’이 누구인지를 알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 성매매방지법이 있음에도 성을 파는 자들은 스스로 그 일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매매 문제를 고민할 때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성을 파는 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여성들의 성이 팔리며 왜 팔릴 수 있는지, 그리고 남성들이 왜 그 성을 살 수 있는지 등이다. 현 시행법을 비판만 하기보다는 성매매를 언급하고 있는 ‘내’가 그 여성들과 어떠한 관계 속에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애정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작’이다.
변혜정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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