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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19:51 수정 : 2006.07.04 17:43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1970년대 후반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권리처럼 인식되었다. 누가 담배를 안 핀다고 하면 건강이 나쁜가보다 지레 짐작할 정도였고, 어머니나 목사님이 피지 말라고 해서 안 핀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딘지 모자라 보이기까지 했다. 나도 당연히 담배를 피웠고, 나라 문제를 고민할 때든, 연애에 실패했을 때든 담배를 죽이면서 청춘을 보냈다. 신동엽 시인의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로 시작하는 ‘담배연기처럼’이라는 시는 나의 애송시가 되었다.

80년대 초반 필자가 의과대학 시절에는 의대교수들이 회진하고 나서 ‘이 환자는 무슨 검사하고, 저 환자는 언제 수술하지 뭐…’ 이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둘러 선 가운데 병동에서 흡연을 하는 분위기였다. 불과 이십여 년 전 일이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이 규제된 것은 92년에 새마을 열차에서 흡연이 금지된 일이었다. 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만들어지더니 갑자기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병원, 지하철, 버스 어디서나 금연이 선포되었다. 특히 간접흡연의 해로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흡연자들에게 저항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막힌 공간에서 흡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옆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손사래를 치거나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들은 ‘아유~ 냄새야!’ 하면서 얼굴을 찡그릴 수 있게 되었다.

담배가 일으키는 질병을 나열하는 것은 지면을 낭비하는 짓이 된다. 실로 담배는 모든 암사망의 30%, 암발생의 20%를 차지한다. 담배가 일으키는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의 수만 해도 해마다 4만7천명에 이르고, 질병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조기 사망으로 말이암은 손실과 화재 손실을 계산하면 해마다 1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어느 나라나 제대로 된 나라라면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고 싶어 하지만 흡연이 니코틴 중독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금연운동을 처음 벌이던 60년대 후반에는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쉽게 끊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금연운동을 해도 약 30%의 성인은 계속 흡연을 하고 있다. 따라서 더 강력한 금연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5년 동안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성인 남성 흡연율은 80년 79.3%에서 2004년 57.8%로 일년에 고작 0.9%포인트씩 낮아진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4년 12월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자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4년 9월 57.8%에서 2006년 6월 47.5%로 감소하여 연간 흡연율 감소 6.9%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절대가격으로 20~30% 수준에 불과하고, 물가와 소득지표를 고려해도 아직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보건경제학자들은 담뱃값을 2010년까지 5000원까지 올려야 소득수준에 적절한 담배 가격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흡연하는 내 친구들은 나에게, 금연운동 하는 것은 좋은데 제발 담뱃값 올리라고 쓰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욕먹을 줄 뻔히 알면서도 담뱃값을 올리는 데 찬성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흡연자들이 가장 빨리 담배를 끊어 건강을 찾는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근아, 용익아! 담뱃값 올린다고 욕하지 말고, 담배 끊고, 오래 오래 가자!


서홍관/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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