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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4 20:16 수정 : 2006.09.04 20:16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야!한국사회

직업이 의사이고, 근무하는 곳이 국립암센터이다 보니 암에 대해서 강의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나는 암에 대해 강의할 때 암이 조선시대보다 증가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어떤 사람들은 암이 증가했다기보다는 과거에 진단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찾아내기 때문에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암에 대한 개념도 없고, 컴퓨터단층촬영(CT)도 없던 시절까지 가지 않더라도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진단도 제대로 못 받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암은 명백하게 증가했다.

사망자 중 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1984년에는 13%였는데, 10년 뒤인 94년에는 21.3%로 급증했고, 다시 10년 뒤인 2004년에는 26.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암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94년 이후 10년 사이에 암 사망자가 20% 증가했다. 암의 완치율은 계속 높아지는데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느는 까닭은 암 발생 자체가 계속 늘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두 번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많은 답변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데 희한하게도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답변이 있다. 하나는 환경오염이고, 또 하나는 현대인의 스트레스이다. 과연 사실일까?

공해에 대해서 먼저 해명해 보자.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해마다 발암물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들의 분석을 보면, 암 발생 원인 중 흡연이 15~30%, 음식이 30%, 간염을 비롯한 만성감염이 10~25%를 차지하지만 환경오염은 불과 3%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저명한 역학자인 돌과 피토는 2%로 추정했다. 사람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암이 증가할 것으로 믿지만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연구기관과 의학자들은 환경오염의 영향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생각보다 인간은 질기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는 어떠한가? 놀랍게도 국제암연구소와 옥스퍼드 팀의 분석에 스트레스는 아예 그 항목조차 없다. 흔히들 누가 암에 걸렸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맞아. 그 사람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렸어. 암에 걸릴 만도 하지’ 이렇게 반응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암 전문 연구기관과 의학자들은 스트레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스트레스라는 것이 입증하기도 어렵고, 숫자로 표현하거나 의학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암 발병에 작용할 수 있으나 그 비중은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외로 적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암과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암에 걸린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스트레스 받아서 암에 걸렸다고 쉽게 이해한다. 그러나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들이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시비 거는 사람은 없다.

이제 암이 증가하는 이유를 말해야겠다. 예전에는 다른 전염성 질환으로 너무나 많이 사망하여 평균수명이 30살에 불과했지만, 이제 평균수명이 칠팔십에 이르고 다른 병으로 사망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암에 걸릴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정답이다. 담배가 명백한 발암물질이지만 암에 걸리기까지 20~30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서홍관/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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