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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0 18:24 수정 : 2007.01.10 18:24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야!한국사회

고정점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비선형적이지만 약간의 규칙적인 운동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설명하는 이론의 하나다. 이걸 사회 현상에 적용시키면 특유의 무시무시한 쏠림현상을 조금은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도 몇몇 고정점들이 있다. 대통령은 누가 되든 가장 큰 고정점이다. 공개되어 있는 행정행위와 법률행위, 그리고 예산을 움직이는 낮의 행위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반면에 밤 세계, 무의식 세계, 주류 담론 세계, 마케팅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조선일보>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조금 바뀌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중요한 고정점이기는 하지만, 예전과 같은 ‘수렴점’은 아니다. 사람들은 노무현으로 수렴하지는 않지만,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하고, 또 어떤 행위를 할지에는 여전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또 참고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정점은 ‘노무현-황우석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자연인 황우석은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두 고정점이 합쳐져서 만들어냈던 힘은 해체되지 않았고,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태가 극한에 도달했을 때, 98:2라는 수치까지 갔다. 노무현-황우석 동맹은 98%라는 지지자를 확보하고 역사 이래로 가장 강력한 동맹을 형성했다. 이 동맹은 해체되지 않고,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덮자”고 한 이후로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노사모까지, 60대에서 10대 소녀들까지 전부 하나로 묶어주었던 이 노무현-황우석 동맹은 과학과 언론, 그리고 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을 핵심으로 하며, 사실상 우리 시대의 자화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 당시의 2%한테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성찰과 반성 없이는 이 세력은 죽고 흩어지고, 한국에서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진화적으로 멸종하게 될 것인가? 황우석 박사 연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장 오래 지적했던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현재로서는 이 2%의 맹주인 셈인데, 이 젊은 기자가 노무현-황우석 동맹의 유일한 대척점이며, 또다른 고정점인 셈이다. 규모는 작아도 이걸 ‘강양구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비정규직 과학자, 생태주의자, 생명운동가, 그리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 동맹을 지지하고, 여기에는 지율·도법 스님, 문규현 신부,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가 들어 있다. 과학과 이론, 제도를 나라의 이름으로 독점하려는 세력과 생명과 평화의 가치로 나누고자 하는 두 동맹의 싸움은 이제 시작되었고, 우리는 두 고정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랜저와 자전거의 싸움 같은 이 두 진영은, 한국 사회, 한국 문명의 향배를 가를 만큼 큰 충돌이고, 작게는 과학, 넓게는 사회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의 가름길이다. 진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미래의 주인인 10대의 몫이다. 강양구의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를 읽고 이건 영 아니라고 생각하면 노무현-황우석 동맹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고, 이 책을 읽고 옳은 얘기라고 생각하면 반 노무현-황우석의 삶을 살 것이다. 기성세대의 강양구 동맹은 2%였다. 지금의 10대는 혹은 10년 후의 10대는? 10대들이 생각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의 2%가 다음 세대에게 20%가 된다면 한국에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다. 하필이면 강양구냐? 우리에게는 마크 트웨인도 없고, 아인슈타인도 없고, 퀴리 부인도 없기 때문이다.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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