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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4 18:31 수정 : 2007.01.24 18:31

이명원 /문학평론가 〈비평과 전망〉 편집주간

야!한국사회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사건 소식은 충격이었다. 나는 지금 ‘석궁테러’가 아니라 ‘석궁사건’이라고 쓰고 있다. 그 이유는 테러라고 명명되는 순간, 이 사건의 의도성이 자명한 것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나는 이 기본권이 피의자 신분인 김명호 교수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석궁사건 소식을 접한 뒤, 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다. 첫째, 비유적으로 말하면 교수재임용 판결에서도 이른바 ‘87체제’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둘째, 개인의 품성이나 자질과 같이 지극히 주관적이고도 내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 가능한지가 그것이다.

우선 첫번째 문제. 김명호 교수는 교수재임용과 관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는 1977년 9월의 77다300이라고 말한다. 핵심 내용은 “대학교원으로서 현저히 부적법하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자를 도태하는 데 있어 부적격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재임명 내지는 재임용은 당연히 예정된다”는 내용이다. 교수들의 이른바 ‘재임용 기대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판례다.

그런데 법원이 이런 판례를 무시하고 “재임용 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이다”라는 1987년 6월9일의 대법원 판례 86다카2622에 근거해 지난 20년간 재임용 판결을 해온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 김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왜 그런가? 법률해석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20년간 법원이 그런 과정 없이 1987년의 판례를 일괄 적용해 해직교수가 대량 양산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 교수가 대법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실익이 있을 수 없는 관련 재판부와의 법적 분쟁까지도 불사했던 핵심적인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법원의 명백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두번째 문제. 김명호 교수 관련 재판의 주심이었던 한 판사의 글도 읽었고, 판결문도 살펴보았다. 요지는 간명했다. 김 교수의 수학자로서의 연구능력은 인정되지만 교육자로서의 자질은 부족했고, 그런 점에서 재임용 탈락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주장에 자못 큰 충격을 느꼈고, 법적 판단의 범주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을 골똘히 했다. 나는 인문학자이고 문학평론가인데, 그러다 보니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자주 봉착한다. 그런데 인간의 내면이라는 것은 지극히 복잡하고 또 섬세한 것이어서, 소설 속 인물들의 경우도 가치지향을 해석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자주 빠져든다.

소설 속의 인물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현실의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물론 한 인물에 대한 주관적인 호오를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객관화에 이르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내포한 주관성에 그칠 뿐이다. 특히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적 가치의 총화일 인성이나 자질, 품성에 대한 평가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히 법적 판단과는 범주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법원에서 한 교수의 교육자로서의 자질, 그러니까 한 개인의 주관적 품성을 근거로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놀라웠다. 판결의 정당성을 논하기 전에, 나는 한 개인의 인성에 대한 평가에 실정법이 개입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법적 판단의 준거, 법철학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명원 /문학평론가 〈비평과 전망〉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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