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협동조합 국민티브이 이사 판결은 확정되었다. 형 집행도 끝났다. 재심 사유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이미 끝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이야기다. 종결된 사건인 것 같은데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소도 잘못이고, 재판도 잘못이다’라는 말이 들린다. 도대체 왜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일까? 판결문을 기초로 살펴본다. 먼저 기소.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한 모 대표는 검찰에서 금품 제공 사실을 시인했다. 그런데 그 시인 전후의 과정이 흥미롭다. 한 대표는 수감 중이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조성한 비자금 사용처를 추궁당하고 있었다. 비자금 조성 내역을 알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수사에 협조하면 가석방 등의 선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유? 한 대표는 8개월여 동안 70회 이상 검찰에 불려 간다. 그중 60회가 넘는 조사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4 제3항, 제1항은 수사과정을 기록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도록 하고 있다. 법 위반이다. 한 대표의 진술에 의하면, 그는 외부와의 접촉 여부, 심경 변화 상태 등을 점검받았고, 기소 이후에는 집중적으로 종전 진술 내용을 반복 연습했다 한다. 자백 회유와 법을 위반한 수사. 그 결과물인 기소는 정당한가? 다음, 재판. 제1심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대표는 법정에서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금품 제공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가장 유력한 유죄 증거가 뒤집혔을 뿐만 아니라, 한 대표 쪽에서 주장한 부재증명이 성공했다는 것 등이 무죄판결의 주요한 근거다. 반면에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 쪽에 유리한 증거들은 모두 믿을 수 없고, 한 대표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묘한 부분이 있다. 항소심은 한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제1심 법정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이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하여 그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의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위반한 것이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제1심 증인의 신빙성을 달리 판단할 때에 그 증인을 다시 한 번 조사해 보라는 ‘제1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에 항소심이 해야 할 주의사항’을 판례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한마디로 형사소송법의 정신과 판례의 취지를 무시한 재판이었다. 놀라운 것은, 항소심의 이런 과감함에 대법원도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대법원은 “한명숙에게 공여되었다고 ‘추론’하는 것이 상식에 들어맞고”라고 판시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일관된 대법원의 판례이다. 증거가 아닌 추론으로 재판을 한다? 이렇게 형사소송법의 정신과 종전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 판결을 하였으니,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또한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법한 수사와 부당한 기소, 법원칙과 판례를 무시한 재판. 이렇게까지 해서 한 전 총리를 처벌해야 할 이유와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판사가 이재용 피고인 등에 대한 사건도 맡게 되었다 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다른 목적 때문에 법원칙이 훼손된 기소와 재판. 제2의 한명숙은 없어야 한다.
칼럼 |
[야! 한국 사회] 제2의 한명숙은 없어야 / 이정렬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티브이 이사 판결은 확정되었다. 형 집행도 끝났다. 재심 사유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이미 끝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이야기다. 종결된 사건인 것 같은데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소도 잘못이고, 재판도 잘못이다’라는 말이 들린다. 도대체 왜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일까? 판결문을 기초로 살펴본다. 먼저 기소.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한 모 대표는 검찰에서 금품 제공 사실을 시인했다. 그런데 그 시인 전후의 과정이 흥미롭다. 한 대표는 수감 중이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조성한 비자금 사용처를 추궁당하고 있었다. 비자금 조성 내역을 알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수사에 협조하면 가석방 등의 선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유? 한 대표는 8개월여 동안 70회 이상 검찰에 불려 간다. 그중 60회가 넘는 조사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4 제3항, 제1항은 수사과정을 기록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도록 하고 있다. 법 위반이다. 한 대표의 진술에 의하면, 그는 외부와의 접촉 여부, 심경 변화 상태 등을 점검받았고, 기소 이후에는 집중적으로 종전 진술 내용을 반복 연습했다 한다. 자백 회유와 법을 위반한 수사. 그 결과물인 기소는 정당한가? 다음, 재판. 제1심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대표는 법정에서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금품 제공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가장 유력한 유죄 증거가 뒤집혔을 뿐만 아니라, 한 대표 쪽에서 주장한 부재증명이 성공했다는 것 등이 무죄판결의 주요한 근거다. 반면에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 쪽에 유리한 증거들은 모두 믿을 수 없고, 한 대표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묘한 부분이 있다. 항소심은 한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제1심 법정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이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하여 그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의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위반한 것이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제1심 증인의 신빙성을 달리 판단할 때에 그 증인을 다시 한 번 조사해 보라는 ‘제1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에 항소심이 해야 할 주의사항’을 판례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한마디로 형사소송법의 정신과 판례의 취지를 무시한 재판이었다. 놀라운 것은, 항소심의 이런 과감함에 대법원도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대법원은 “한명숙에게 공여되었다고 ‘추론’하는 것이 상식에 들어맞고”라고 판시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일관된 대법원의 판례이다. 증거가 아닌 추론으로 재판을 한다? 이렇게 형사소송법의 정신과 종전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 판결을 하였으니,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또한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법한 수사와 부당한 기소, 법원칙과 판례를 무시한 재판. 이렇게까지 해서 한 전 총리를 처벌해야 할 이유와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판사가 이재용 피고인 등에 대한 사건도 맡게 되었다 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다른 목적 때문에 법원칙이 훼손된 기소와 재판. 제2의 한명숙은 없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