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밝혀진 비위사실을 공개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면서 국정감사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정보공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은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고, 보육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부 조처와 입법 논의를 이끌어낸 현역 의원이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란 대체 뭘까? 그는 다음 총선이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 선출 의원이다. 우리 동네 1등을 뽑는 지역구 선거에서 보육 공공성 강화에 기여한 정치경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해가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이 국고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네 정치로 돌아가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선거구 단위로 쪼개어 놓고 보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머릿수’는 동네 1등을 만들어낼 만큼 많지 않다. 더구나 이 부모들은 동네 밖에서 직장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하는 전월세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동네 1등을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대신 동네 정치의 여론을 주도하는 건 종교단체, 봉사단체, 관변단체들이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해온 분들은 이 단체의 임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동네 정치인에 대한 소문을 만들고 퍼뜨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고, 동네 정당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때로 특정 정당의 공천에도 힘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박용진 의원의 ‘두려움’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해 9월 집단 휴원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한유총은 정부 지원금 확대와 국공립 유치원 원아 비율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때도 부모들은 분노했고, ‘사립유치원 전수조사,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정부는 조처를 약속했고 국회는 입법을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2월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을 갑자기 중단했고,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이를 집요하게 따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사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또 이런 일이 비단 보육정책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 아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선거구 1등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대신 동네 1등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역구 개발 공약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예산심의 때마다 ‘쪽지예산’이 난무한다. 국회의원에게 재선의 기회를 포기하고 보육정책을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 대신 보육정책만 4년 동안 파고도 재선이 될 길을 열어줘야 한다.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은 정당공약으로 국공립 보육시설 수용인원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동네 1등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전국적인 힘을 모을 수 있는 유권자들이 정당의 공약 이행을 지켜보고 선거 때 정당 지지율로 보상을 해주며, 정당 지지율이 의석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네 개발 공약이 아닌 전국적인 정책 추진으로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비례 의석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동네 1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보육정책 하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국회의원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칼럼 |
[야! 한국 사회] ‘동네 1등’들의 국회에서는 /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밝혀진 비위사실을 공개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면서 국정감사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정보공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은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고, 보육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부 조처와 입법 논의를 이끌어낸 현역 의원이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란 대체 뭘까? 그는 다음 총선이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 선출 의원이다. 우리 동네 1등을 뽑는 지역구 선거에서 보육 공공성 강화에 기여한 정치경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해가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이 국고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네 정치로 돌아가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선거구 단위로 쪼개어 놓고 보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머릿수’는 동네 1등을 만들어낼 만큼 많지 않다. 더구나 이 부모들은 동네 밖에서 직장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하는 전월세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동네 1등을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대신 동네 정치의 여론을 주도하는 건 종교단체, 봉사단체, 관변단체들이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해온 분들은 이 단체의 임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동네 정치인에 대한 소문을 만들고 퍼뜨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고, 동네 정당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때로 특정 정당의 공천에도 힘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박용진 의원의 ‘두려움’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해 9월 집단 휴원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한유총은 정부 지원금 확대와 국공립 유치원 원아 비율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때도 부모들은 분노했고, ‘사립유치원 전수조사,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정부는 조처를 약속했고 국회는 입법을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2월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을 갑자기 중단했고,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이를 집요하게 따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사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또 이런 일이 비단 보육정책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 아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선거구 1등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대신 동네 1등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역구 개발 공약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예산심의 때마다 ‘쪽지예산’이 난무한다. 국회의원에게 재선의 기회를 포기하고 보육정책을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 대신 보육정책만 4년 동안 파고도 재선이 될 길을 열어줘야 한다.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은 정당공약으로 국공립 보육시설 수용인원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동네 1등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전국적인 힘을 모을 수 있는 유권자들이 정당의 공약 이행을 지켜보고 선거 때 정당 지지율로 보상을 해주며, 정당 지지율이 의석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네 개발 공약이 아닌 전국적인 정책 추진으로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비례 의석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동네 1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보육정책 하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국회의원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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