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뮤레카는 특징 식별 인공지능인 핑거프린팅과 필터링 기술을 개발하여 두각을 드러낸 벤처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제104조를 입법 조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웹하드와 같은 온라인 사업자의 저작물 보호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그리고 이 입법의 숨은 공신이자 최대 수혜자가 됐다. 새 법에 따라 온라인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특징 식별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바로 뮤레카였기 때문이다.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음란물 필터링 역시 사업자의 법적 의무가 되면서 뮤레카는 사실상 민간경찰의 지위를 얻었다. 새 법으로 날개를 단 뮤레카는 방송, 영화, 음악 산업의 주요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궁지에 몰린 웹하드 업계의 대부 양진호의 해법은 간단했다. 경찰회사가 된 뮤레카를 사서 호주머니에 넣어버리는 것. 저작물 보호 및 음란물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기술 조치가 법적 의무가 되었을 뿐 공공적인 관리감독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 문체부는 ‘감시기술 사용에 대한 감시’를 위해 웹하드 데이터베이스 로그 정보의 누락, 우회, 위조를 탐지하는 기술 개발을 민간 업체에 의뢰했다. 그런데 그게 다시 양진호의 뮤레카였다. 양진호는 뮤레카를 인수해 필터링 기술을 무력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기술 사용을 의무로 정한 법 덕택에 업계 경쟁사들에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혁명의 마술적 위력에 취한 그는 직립보행 로봇까지 개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고, 마치 프라모델처럼 ‘직립’하지만 ‘보행’하지 못하는 로봇의 개발비를 부풀려 본업인 웹하드의 탈세에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4차산업 시대의 새 기술과 새 법률과 새 정책이, 자본의 힘으로 혁명을 엉뚱한 출구로 유인하는 2차산업적인 전략 앞에 무릎 꿇은 셈이다. 그런데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 의원들은 입법 경력을 한줄 늘렸다. 특허 기술에 대한 법과 정책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기술기업 뮤레카는 크게 성장했다. 뮤레카를 삼킨 웹하드 업계는 안심하고 불법적인 돈벌이에 열을 올렸다. 반면 불법 촬영 피해 여성은 왜 동영상이 필터링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목숨을 끊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뮤레카가 개발했다는 원격 감시 기술은 도청에 사용됐다. ‘굿다운로드’를 자부하며 패킷당 요금 대신 저작물 구매 비용을 낸 소비자는 그 돈이 어디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저작물 식별에 사용된 기술은 물론, 그 기술 사용을 감시하는 기술마저 감시받아야 하는 자들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이다. 뮤레카의 특징 식별 기술에 의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저작권료를 분배해온 저작권 단체들 역시 이번 사건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 단체들의 집계 정산 자료를 믿으려면 뮤레카부터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양진호가 개척한 길을 쫓아 다른 웹하드 기업들도 필터링 업체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국가기관의 기술을 저렴하게 이전받아 아예 직접 설립한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법이 불법의 우회로가 된 셈이다. 국회와 정부는 뒷짐을 풀고 괴물이 되어버린 기술기업들을 통제하는 방안을 각자 내놓길 바란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법률과 정책으로 사용이 강제되는 기술은 당연히 공공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4차산업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시민들에게는 그게 도대체 왜 필요한가? 4차로 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사태만큼이나 혼미하고 위험할 뿐인데.
칼럼 |
[야! 한국 사회] 뮤레카는 무엇인가 / 손아람 |
작가 뮤레카는 특징 식별 인공지능인 핑거프린팅과 필터링 기술을 개발하여 두각을 드러낸 벤처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제104조를 입법 조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웹하드와 같은 온라인 사업자의 저작물 보호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그리고 이 입법의 숨은 공신이자 최대 수혜자가 됐다. 새 법에 따라 온라인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특징 식별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바로 뮤레카였기 때문이다.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음란물 필터링 역시 사업자의 법적 의무가 되면서 뮤레카는 사실상 민간경찰의 지위를 얻었다. 새 법으로 날개를 단 뮤레카는 방송, 영화, 음악 산업의 주요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궁지에 몰린 웹하드 업계의 대부 양진호의 해법은 간단했다. 경찰회사가 된 뮤레카를 사서 호주머니에 넣어버리는 것. 저작물 보호 및 음란물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기술 조치가 법적 의무가 되었을 뿐 공공적인 관리감독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 문체부는 ‘감시기술 사용에 대한 감시’를 위해 웹하드 데이터베이스 로그 정보의 누락, 우회, 위조를 탐지하는 기술 개발을 민간 업체에 의뢰했다. 그런데 그게 다시 양진호의 뮤레카였다. 양진호는 뮤레카를 인수해 필터링 기술을 무력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기술 사용을 의무로 정한 법 덕택에 업계 경쟁사들에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혁명의 마술적 위력에 취한 그는 직립보행 로봇까지 개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고, 마치 프라모델처럼 ‘직립’하지만 ‘보행’하지 못하는 로봇의 개발비를 부풀려 본업인 웹하드의 탈세에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4차산업 시대의 새 기술과 새 법률과 새 정책이, 자본의 힘으로 혁명을 엉뚱한 출구로 유인하는 2차산업적인 전략 앞에 무릎 꿇은 셈이다. 그런데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 의원들은 입법 경력을 한줄 늘렸다. 특허 기술에 대한 법과 정책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기술기업 뮤레카는 크게 성장했다. 뮤레카를 삼킨 웹하드 업계는 안심하고 불법적인 돈벌이에 열을 올렸다. 반면 불법 촬영 피해 여성은 왜 동영상이 필터링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목숨을 끊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뮤레카가 개발했다는 원격 감시 기술은 도청에 사용됐다. ‘굿다운로드’를 자부하며 패킷당 요금 대신 저작물 구매 비용을 낸 소비자는 그 돈이 어디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저작물 식별에 사용된 기술은 물론, 그 기술 사용을 감시하는 기술마저 감시받아야 하는 자들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이다. 뮤레카의 특징 식별 기술에 의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저작권료를 분배해온 저작권 단체들 역시 이번 사건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 단체들의 집계 정산 자료를 믿으려면 뮤레카부터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양진호가 개척한 길을 쫓아 다른 웹하드 기업들도 필터링 업체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국가기관의 기술을 저렴하게 이전받아 아예 직접 설립한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법이 불법의 우회로가 된 셈이다. 국회와 정부는 뒷짐을 풀고 괴물이 되어버린 기술기업들을 통제하는 방안을 각자 내놓길 바란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법률과 정책으로 사용이 강제되는 기술은 당연히 공공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4차산업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시민들에게는 그게 도대체 왜 필요한가? 4차로 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사태만큼이나 혼미하고 위험할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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