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참 찌질하고 후지다. 최근 선거제도 개혁을 다루는 집권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근시안과 염치없음, 무지와 무책임함 때문이다. 최근 당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여러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우리 당이 비례 의석을 거의 얻을 수 없으니 손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일부 언론의 ‘180석 예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150석이 목표’라고 겸손을 떨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집권당 의원들은 ‘한때 좋았던 지지율’이 2020년 총선까지 쭉 계속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때 그 집권당과 참 비슷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아닐 수 없다. 설혹 그런 희망을 갖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의 이익을 논하는 근거로 대놓고 말할 일이 아니다. 그때 가서 그 당에 몇 석의 의석을 줄지는 유권자 마음이다. 누가 당신들한테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할 만큼 지역구 의석을 준다고 약속해주던가? 앞으로도 일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선거에 임하는 정당과 후보자가 될 정치인들의 태도다. 그런데 지금 집권당 의원들의 태도는 이미 지역구 의석을 몽땅 다 차지한 듯하니 염치없다 아니할 수 없다. 또 민주당은 ‘우리 당이 손해를 볼 것이 뻔하니 연동을 얼마나 할지 협상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럼 지난 총선과 대선 때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말할 때는, 대체 연동을 얼마나 할 생각이었던 것일까? 여태 민주당은 그런 이야기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온갖 정당과 정치인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할 때, 찬반 입장은 나뉘었어도 그 대상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당 득표율로 각 정당의 총 의석을 정한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이 불리하니 비례 의석 중에 일부는 지금처럼 나누고, 일부만 지역구 의석에 연동을 시키자’고 한다. 선거제도 공부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본 적이 없다. 이 해괴한 제도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은 최소한의 명분이나 체면치레조차 없이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는 몰염치함을 보여준다. 또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설혹 비례 의석을 몇 석 못 가져간다 하더라도 그게 이 제도의 취지라는 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지하다 아니할 수 없다.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할 정도로 지역구 의석을 얻었다는 건, 지역구에서 대량 사표가 발생했고 그 사표들이 다른 정당에 가야 할 의석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걸 정당하게 의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당신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연동형 비례제다. 그것도 모르는 채 그동안 이야기해왔다면 자신의 무지를 먼저 내놓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태도는 무책임함의 극치다. 당론으로 공약을 했다면 적어도 기억은 해야 한다. 그 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자기 당 당론을 본 적도 없는 듯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하는 야당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비난한다. 야당이었을 그때 당신들은 왜 그랬는가. 총 의석수, 지역구 의석과 비례 의석수 비율에 대한 입장도 없다. 그동안 이 정도 내용에 대한 고민도 없이 약속을 했단 말인가. 당신들도 ‘우리나라 선거공약 다 지키면 나라 망한다’는 자유한국당 어떤 의원과 같은 생각인가. 그래서 실현 방안도 없이, 지킬 의지도 없이 그냥 ‘공약’한 건가. 차라리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라.
칼럼 |
[야! 한국 사회] 차라리 ‘그때는 틀렸다’ 하라 /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참 찌질하고 후지다. 최근 선거제도 개혁을 다루는 집권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근시안과 염치없음, 무지와 무책임함 때문이다. 최근 당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여러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우리 당이 비례 의석을 거의 얻을 수 없으니 손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일부 언론의 ‘180석 예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150석이 목표’라고 겸손을 떨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집권당 의원들은 ‘한때 좋았던 지지율’이 2020년 총선까지 쭉 계속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때 그 집권당과 참 비슷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아닐 수 없다. 설혹 그런 희망을 갖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의 이익을 논하는 근거로 대놓고 말할 일이 아니다. 그때 가서 그 당에 몇 석의 의석을 줄지는 유권자 마음이다. 누가 당신들한테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할 만큼 지역구 의석을 준다고 약속해주던가? 앞으로도 일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선거에 임하는 정당과 후보자가 될 정치인들의 태도다. 그런데 지금 집권당 의원들의 태도는 이미 지역구 의석을 몽땅 다 차지한 듯하니 염치없다 아니할 수 없다. 또 민주당은 ‘우리 당이 손해를 볼 것이 뻔하니 연동을 얼마나 할지 협상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럼 지난 총선과 대선 때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말할 때는, 대체 연동을 얼마나 할 생각이었던 것일까? 여태 민주당은 그런 이야기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온갖 정당과 정치인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할 때, 찬반 입장은 나뉘었어도 그 대상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당 득표율로 각 정당의 총 의석을 정한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이 불리하니 비례 의석 중에 일부는 지금처럼 나누고, 일부만 지역구 의석에 연동을 시키자’고 한다. 선거제도 공부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본 적이 없다. 이 해괴한 제도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은 최소한의 명분이나 체면치레조차 없이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는 몰염치함을 보여준다. 또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설혹 비례 의석을 몇 석 못 가져간다 하더라도 그게 이 제도의 취지라는 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지하다 아니할 수 없다.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할 정도로 지역구 의석을 얻었다는 건, 지역구에서 대량 사표가 발생했고 그 사표들이 다른 정당에 가야 할 의석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걸 정당하게 의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당신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연동형 비례제다. 그것도 모르는 채 그동안 이야기해왔다면 자신의 무지를 먼저 내놓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태도는 무책임함의 극치다. 당론으로 공약을 했다면 적어도 기억은 해야 한다. 그 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자기 당 당론을 본 적도 없는 듯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하는 야당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비난한다. 야당이었을 그때 당신들은 왜 그랬는가. 총 의석수, 지역구 의석과 비례 의석수 비율에 대한 입장도 없다. 그동안 이 정도 내용에 대한 고민도 없이 약속을 했단 말인가. 당신들도 ‘우리나라 선거공약 다 지키면 나라 망한다’는 자유한국당 어떤 의원과 같은 생각인가. 그래서 실현 방안도 없이, 지킬 의지도 없이 그냥 ‘공약’한 건가. 차라리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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