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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17:44 수정 : 2019.05.30 14:10

주승현
인천대 통일통합연구원 교수

“요즘 통일에 관한 관심이 높아서 많이 바쁘겠어요?” “북한 출신자들이 통일교육에서 배제되고 있어 힘들다면서요?”

통일전공자이자 북쪽 출신인 내가 강의 현장에서 받는 질문이다. 첫째는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공자들이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다. 그다음은 북한 출신은 대개 보수적일 것이라는 통념 아래, 진보와 평화가 화두인 요즘 환경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경영 전공자들이 다 잘나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북쪽 출신자도 제각각 다양한 성향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 또한 편벽한 소견일 것 같아 얼버무릴 때가 있다.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좀더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정권에 따라 통일교육이 안보중심 혹은 평화중심 교육으로 바뀌고, 그 시류에 따라 보수 혹은 진보 성향 전문가의 명암도 엇갈렸다. 대학 내에서도 안보·군사 관련 학과들의 활기는 곧 북한·통일 관련 학과의 고사를 뜻했다. 분단국가인 우리 사회에서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통일교육에도 영향을 주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려왔다. 취업에 좌지우지되는 대학 내의 사정으로 치부하기에는 통일을 준비해야 할 분단국가의 목표나 통일시대의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도 미흡했다.

굳이 한민족이어서 통일을 해야 한다거나 그 필요성과 당위성, 이익과 편익을 강조하는 통일교육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남남갈등의 진앙이기도 한 북한 문제나 통일 인식, 우리의 사고와 발전을 가로막는 분단에 대한 모두의 지각이자 청년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접근이다. 정부도 초·중·고교 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의 강화뿐 아니라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통일교육을 의무화하여 새로운 준비에 나서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정작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 내 통일교육이다. 때만 되면 대학생 여론조사를 근거로 요즘 청년들의 통일 인식이 충격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모순어법에 불과하다. 찬찬히 톺아보면 분단국 청년 학생에게는 관련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학교통일교육, 공공통일교육, 사회통일교육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회색지대에 있을 뿐 아니라 통일 환경의 흐름이나 미래를 위한 가치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률 지표에 도움이 되지 않아 각 대학들이 관련 학과나 강좌 개설을 꺼리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개설과 폐쇄가 시소게임처럼 반복되는 것도 빈한한 통일교육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통일문제와 관련된 학과나 연구소 설치, 관련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통일교육지원법이 바뀌었지만 제한적 지원 탓인지 교육지원을 받으면 좋고 아니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더 팽배하다.

통일독일은 분단 시기에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민주시민교육을 도입했다. 전체주의와 분단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한 정치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했으며 통일 과정에서는 통일을 대비한 전문인력 양성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더 이상 별 감흥도 없이 낯설기만 한 우리의 세태에서 통일교육이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분단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대학생들이 스스로 분단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양선택과목으로의 도입조차도 바랄 수 없는 ‘소원’이 된 것일까. 평화와 안보, 통일과 출신 지역을 구분 짓는 표피적인 단면을 지양하고 제도와 환경, 교육과 담론이 미래의 비전과 닿아 있는 통일교육을 일상에서 지향할 수는 없는 걸까.

지난주는 법에 명문화된 ‘통일교육주간’이었다.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통일교육은 진영과 정치논리에 갇혀 분단국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세대가 살아야 할 공동체와 통일 한반도에 대한 설계를 그려볼 수 있는 교육 기회가 좀더 충분히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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