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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8 18:49 수정 : 2014.10.28 20:03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을 무기 연기했다.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반환할 것인지가 명시되지 않았고, 한국 쪽은 반환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 사용 가능성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전쟁 억제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군이 작전권을 갖고 있으면 북이 소형 핵이나 미사일로 공격을 감행하고, 미군이 작전권을 갖고 있으면 겁이 나서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것이 군사주권의 포기가 아니고 효율성의 문제라고 강변한다. 효율성이 문제라면 아예 한국군을 미군에 직접 편입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전작권 전환으로 정국이 안정되면 경제도 안정된다”고 이 정권의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이 아닌 국내 비판세력을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사실상 ‘북한’으로 간주하여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를 동원한 것이 아닌가? 북한보다 수십배의 국방비를 더 지출하고 있는 경제 대국 남한이 정전 60년이 지나도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명, 그리고 언제 어떤 조건에서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즉 이 정권의 불안은 결코 객관적인 군사적 고려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설사 한국이 장차 국방비를 10배 더 지출하더라도 작전권 환수는 안 되는 것이고 10년의 세월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 현 보수세력의 태도가 원인이다. 특히 권력의 창출과 유지 과정에서 큰 약점을 갖고 있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내부의 거센 저항을 피할 수 없는 정권은 내외부의 위협을 과대포장하고, 언제나 외세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런 정권은 언제나 미국의 만만한 ‘고객’이다.

전시에 군사주권을 갖지 못하면, 정권 안보는 보장될지 모르나 국가는 백성의 생명을 책임지지 못한다. 조선 왕조와 노론 세력은 정권 안보를 위한 동학군 진압을 위해 청나라를 불러들였고, 결국 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한반도에 진주한 일본군은 수십만명의 농민, 의병들을 처참하게 학살했다. 6·25 발발 직후 작전권을 미군한테 넘긴 이승만은 수천수만명의 남한 주민들이 아군인 미군의 총격과 폭격에 희생되어도 미국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했으며, 그 대가로 권력을 보장받았다. 그래서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정권 안보’에 매달리면 국민들은 버려진 존재가 된다.

지금은 어떨까? 미국은 과거부터 동아시아에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남한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들어가면 우리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고, 안보를 경제적 이익으로 접근하는 미국이 막대한 액수의 무기 구입과 주둔비 분담을 요구하면 꼬투리가 잡힌 한국은 그들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줄 수밖에 없고, 남북 대화나 경제 교류조차 사사건건 방해를 받게 될 것이다. 북·중과의 긴장으로 발생할 경제 손실은 미국이 아닌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통일은커녕 이 땅이 전쟁터가 안 되면 다행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조선조의 인조와 서인 세력은 ‘정권 안보’의 불안 때문에 반대세력을 사찰하고 잔혹하게 탄압함과 동시에 명나라에 대한 사대(事大)에 더욱 집착했고, 명나라의 온갖 요구에 끌려다니다가 나라 경제를 파탄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정권 불안을 덮기 위한 그 시대착오적인 외교노선 때문에 새 패권국 청나라의 보복 공격을 받아 수십만명의 백성들을 어육으로 만들었다. 국민 주권이 없던 시절의 역사가 오늘 이 ‘국민’ 주권의 시대에 반복되고 있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 군사주권을 되돌려받아 중국,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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