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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17 19:11 수정 : 2015.02.17 19:11

요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과 그것에 맞불을 놓는 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모양이다. <엠비의 비용>의 저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처럼 엠비가 4대강, 자원외교, 부자감세 등을 통해 국고를 100조원 이상 낭비했고 빈부격차를 확대시켰고, 심지어 경제성장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엠비 정권 끝날 무렵 “엠비 정부는 정말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엠비 정부는 국민에게는 짐을 안겨준 정부일지 모르나 주요 지지자인 부자들의 요구는 ‘충실히 들어준’ 정부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엠비의 비용은 이러한 돈 액수로 추산할 수 없는 정말 막대한 것이고, 그것은 다음 세대까지 두고두고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엠비는 ‘부자감세’, 기업프렌들리 정책으로 20대 재벌에는 500조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었지만 엠비 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300조원 정도 늘어나고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는 등 사회 분열의 후과가 심각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단지 돈 액수가 아니라 지배관계인데 정부가 정책을 통해 부를 상층으로 이전시키면, 대자본이 모든 경제 주체나 사회 구성원을 더욱 일방적으로 지배하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여지를 좌절시키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꺾는 것은 물론 시장의 강자들이 약자를 몰락시키거나 착취할 수 있는 지속적인 토대가 형성된다. 빈곤층의 높은 자살률과 재벌 2세의 ‘갑질’은 단지 드러난 현상일 따름이고 세습 자본주의 고착으로 인한 경제 생태계의 황폐화, 소비 저하, 자영업자 몰락 등 불평등으로 인한 국민 고통, 그것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계산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엠비는 국가정보원, 검찰 등 국가안보와 정의를 생명으로 하는 기관을 국내정치도구로 활용하여 반대파를 적으로 몰고, 심각한 부패의 전력자라도 ‘내 편’이면 무리하게 등용하려 하였다. 그래서 국가의 지도층과 공기관의 신뢰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과거나 현재나 기업이 활력을 가지려면 정부가 투명하고 법이 공정해야 하고,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를 확대하려면 반드시 정치 사회 세력들 간에 타협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가능한 법인데, 권력기관이 정치도구화되고 법이 편향적으로 집행되면 부자들이 투자를 기피하거나 탈세를 할 것이고,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선진 복지국가는 사회적 타협과 정부의 투명성, 사회 신뢰 위에서 가능했는데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공안기관이 설치면서 비판세력을 적으로 모는 나라가 ‘복지국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셋째, 비현실적인 강경 대북정책을 고집하여,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들에 큰 손실을 입혔으며, 제2 개성공단 건설 등 대북 경제교류의 길을 막아 수십조의 추가 수익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대북 강경론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맞대응으로 남북한 간 긴장을 높여 결국 미군의 주둔비용 증대와 추가 무기구매 명분을 만들었고, 한국이 북한을 끌어안고 유라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았다. 결국 남북관계에서 자기 발등을 찍고, 발등 치료비에 돈을 지불하고, 장기 치료를 위해 아예 주치의에게 돈을 안겨준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입만 열면 ‘경제, 경제’ 하지만, 경제는 결코 사회와 분리된 채 혼자 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토양이 좋아야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듯이 건강한 사회경제 생태계, 신뢰, 사회통합 등의 자원이 있어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재벌 기업의 총자산이 아무리 늘어도 그것이 토양을 사막화한 결과로 얻은 것이면 실제 사회적 총손실은 단기 이익을 압도할 것이고 장차 그 기업이나 국가경제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구시대의 막내’인 노무현이 임기를 마칠 무렵,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넘어서서 지구화, 서비스 경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 경제모델과 복지국가 건설로 나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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