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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30 18:04 수정 : 2007.09.30 18:04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평화조약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미 국방부의 우려를 반영한 지연전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런 부시 대통령의 허를 찌를 수 있다. 첫째는 비핵화 이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화선언에 서명하는 것이다. 이 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뿐 아니라, 1953년에 만들어진 군사정전위원회를 새로운 평화장치로 대체해 시대에 뒤떨어진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는 것도 요구할 수 있다. 둘째는 평화조약에 관한 협상을 봉쇄할 수도 있는 절차적 문제, 즉 한국과 중국이 서명 당사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김 위원장과 합의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매파들은 비핵화 선해결에 구애받지 않는 평화선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국방대학의 제임스 프리스텁은 “평화선언은 실질적 평화가 실현되지 않은 채 평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줄 것이고, 한국내 미군 주둔에 대한 분별없는 압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남북) 정상 간의 어떠한 평화선언도 정전체제의 조기 해소나 유엔사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요 사안은 평양에 가서 남북한 군사력의 상호감축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남한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감축해 자원을 복지예산으로 재분배하는 일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남한 정부에 불가피하다.

미국은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즉시 평화조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 국무부 소식통들은 말한다. 이런 점에서 평화조약 서명 당사자에 대한 남북한의 합치된 견해는 매우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동등한 조약 서명 당사자로 남한이 참여하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다짐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이 자주 했던 말은 의미가 깊다. 남한의 완전한 참여 속에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북한은 정전협정으로 설치된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체할 3국간 ‘상호안보위원회’(Mutual Security Commission)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문제 분석가인 판전창 장군은 지난 20일 워싱턴의 세계안보연구소 회의에서 중국은 그런 위원회의 당사국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정전협정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평화협정 서명 당사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천명한 대로 상호 병력감축에 관한 대화를 재개할 것을 김 위원장에게 촉구해야 한다. 기본합의서에서 명시된 남북공동군사위는 핵위기 발생 이후 가동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북한은 경제적 요인 때문에 병력감축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남쪽이 준비가 됐다면 상호감축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말을 김 위원장이 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비무장지대 양쪽에서 모든 중무기의 50% 감축을 제안했다. 이런 일괄적 감축은 주요 무기들에 관한 현재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북한이 탱크와 포의 수적인 우위를 점하게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접근이다. 오핸런은 북한 쪽에 “관대한 합의라고 할지라도 한-미 연합군의 군사태세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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