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24 21:29
수정 : 2009.11.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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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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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3.5%(연율) 성장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경기후퇴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나온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아직 안정적 성장의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 가까운 장래에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주택가격은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고, 주택압류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추가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이 없다면, 노동시장은 정상적 상태를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다.
3분기에 나온 좋은 소식들은 주로 지난 2월에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책의 결과다. 세금 감면과 정부지출 증가의 온전한 효과는 3분기에 감지됐다.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감세는 중산층의 주머니를 더 두둑이 해 소비를 증가시켰고, 정부지출은 곧바로 수요를 창출하도록 도왔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지난 3분기에 일시적 효과를 낳았다. 사람들이 연료 효율성이 낮은 오래된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할 때 지원해주는 기금도 경기부양책에 포함돼 있다. 이 제도로 7~8월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9월 자동차 생산량도 증가했다. 자동차 판매량만 3분기 국내총생산 증가분의 40%를 차지한다.
또다른 요인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액공제의 결과로 주택구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이 정책은 11월 말이면 끝날 예정이다. 평균 주택가격의 약 5%에 이르는 8000달러의 세액 공제는 주택판매의 증가뿐 아니라 주택가격의 상승을 도왔다.
9월 초에 새 차 구입을 위한 세액공제 혜택이 끝나면서 자동차 수요는 빠르게 하락했다. 주택판매도 9월 말부터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택판매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청 건수는 최근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주택시장은 모기지 금리의 상승에 의해 약화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모기지 금리를 계속 낮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실시해온 모기지 담보증권 매입을 내년 3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철회할 것이다. 그러면 모기지 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하고, 주택 수요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비어 있는 주택의 공급이 계속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한, 주택가격은 분명 내년 봄쯤 다시 하락을 지속할 것이다.
주택 소유자들이 이미 주택 자산에서 6조달러에 육박하는 손실을 봤고,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는 조건에서는 지속적인 소비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약 1500억달러의 재정적자에 직면한 주와 지방정부들은 경기하강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로 공무원 해고나 대국민 서비스 축소, 세금 인상을 해야 할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그 결과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양의 거의 절반을 주와 지방정부들이 상쇄시키는 위축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시점에 수요를 증진하기 위한 단 두 가지의 명백한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펴는 것이다. 실속 있는 경기부양 프로그램은 많은 실직자들을 일터로 복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를 거쳐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충분한 지지를 얻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수요를 증진하기 위한 다른 방법은 무역이다. 만약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무역이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달러의 추가하락에 반대할 것이고,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한 조처를 취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시나리오대로 굴러갈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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