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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5 21:14 수정 : 2009.12.25 21:14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중국의 저평가된 위안화와 엄청난 무역흑자가 세계경제에 큰 위험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보호주의자들의 부활이 우려되고,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의 경제회복이 잠식당한다. 그대로 두면 중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신랄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해법이 일부 식자들의 제안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위안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심각한 타격일 수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단순하고 유효성이 검증된 방식, 즉 산업 부흥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통화 저평가는 현재 중국 정부가 제조업 및 다른 교역 분야를 지원해주고 성장을 촉진하는 주요 수단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에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었다. 고율의 관세, 명백한 정부보조,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산 원자재 사용 요구, 투자 인센티브 제공과 그밖의 다른 여러 형태의 산업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는 중국에 이런 전통적 산업지원정책 사용을 어렵게 만들었다. 대신 통화 저평가가 새 정책으로 동원됐다.

통화 경쟁력으로 이득을 보는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모든 개발도상국들에서 통화 저평가와 경제성장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중국에선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

통화 저평가의 문제점은 그것이 전통적인 산업정책과 달리 무역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교역 가능한 상품의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내 소비엔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작용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상수지 불균형(무역흑자)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해인 2001년부터 급증했다.

위안화가 제 평가를 받는다면 중국 경제는 성장에 어느 정도나 타격을 받을까? 현재 대략 25% 정도 저평가된 것으로 추산되는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2%포인트 이상 감소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초고공 경제성장의 기준에 비춰봐도 대단한 효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제성장 완화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중국 지도부가 사회적 갈등을 피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보고 있는 8%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들을 제쳐놓는다면, 세계 역사상 최대의 빈곤감소 엔진인 중국의 경제성장이 현격히 둔화하는 것은 비극이 될 것이다.

물론, 수출주도형 급속성장국들인 독일·일본·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종국엔 통화 재평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나라 전체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빈국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탐탁지 않은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중국은 현행 통화정책을 유지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국제적 거시경제 불균형과 미국 등과의 정치적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중국이 제대로 된 통화평가를 할 수 있지만, 그 경우 경제성장 둔화와 내부의 정치사회적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제3의 길도 있지만, 그러려면 세계무역기구 규약을 다시 써야 한다. 만일 중국의 산업정책에 자유재량이 허용된다면 중국의 제조업이 즉각 탄력을 받는 한편으로, 위안화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외국의 소비자들보다 중국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산업생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훌륭한 해법은 아니지만 유일한 해법이다. 산업정책들의 이점은 무역수지 흑자 없이 경제구조를 성장촉진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만이 중국의 지속적인 산업화 필요성과 (위안화 절상으로) 무역흑자 폭을 줄이라는 세계경제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유일한 방책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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