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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2 21:24 수정 : 2010.01.22 21:24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

당신은 새해 결심을 했는가? 살 빼기, 저축하기, 술 줄이기 등을 결심했을 수 있다. 불우이웃 돕기나 탄소배출 줄이기 같은 이타적인 결심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결심을 지키고 있는가?

연구 결과, 새해 결심이 한 달 가는 사람도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부분적으론, 우리가 할 것 같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만 결심을 한다는 점도 있다. 거식증 환자만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결심을 하며, 일중독자만이 텔레비전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새해를 좀체 바꾸기 힘든 행동을 바꾸려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심의 내용이 무엇이든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결심을 한다. 그런데 왜 결심을 실행하지 않는 걸까? 이 문제는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철학자들의 수수께끼였다. 플라톤의 대화편 중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실수이며, 사람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실행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사람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와 달리, 최선이란 걸 알면서도 실패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 더 잘 들어맞는 관점을 취했다. 우리는 이성을 통해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있지만, 특정 순간에 우리의 이성은 감정이나 욕망에 압도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우리 본성의 비이성적인 면을 제어하는 이성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은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매우 급하고 충동적이며 감정적인 반응에서 비롯한다는 최근의 과학적 연구로 뒷받침된다. 비록 우리는 이성적 사고 과정에 기반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능력이 있지만, 그 결정들은 종종 본능적 감정보다 취약한 것으로 판명나곤 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철학교수인 리처드 홀턴은 결심이란 ‘미래 어느 시기에 자신의 의도와는 상반된 성향에 우리가 직면할 때 애초의 의도 지속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은, 우리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는 즐거움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내일 케이크를 보면 초콜릿에 대한 욕구가 우리 이성을 어그러뜨리고, 약간의 과체중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확신시킬 것이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살을 빼려는 지금의 의도를 더욱 굳건히 해두려 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최근 저서 <59초>에서 결심 실천에 성공할 수 있는 방책들을 제시했다.

△결심을 작은 단계들로 나눌 것 △결심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함으로써 그들의 도움과 실패할 경우의 대가를 확보해 둘 것 △성공했을 경우의 이점을 정기적으로 상기할 것 △목표 단계를 성취할 때마다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줄 것 △냉장고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이행성적표를 붙이고 점검할 것 등이다.


하나씩만 보면 각각의 방안은 별것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그것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시점에서도 자기조절을 위한 분투다. 성공한다면, 더 좋다고 판단한 행동이 마침내 습관이 되고, 더는 의식적으로 실천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수단들은 살 빼기나 분수에 맞게 살기뿐 아니라 더욱 윤리적인 삶을 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그 방식들이야말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가장 좋은 결심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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