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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7 19:26 수정 : 2012.08.07 19:26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지금 세계경제는 단기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유로존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은 경제성장의 엔진을 재가동할 수 있을까. 중국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또다시 세계경제를 부양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세계경제가 향후 몇년간 어떻게 진화할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문제와 무관하게, 세계경제가 장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에 대한 전망이 가장 어둡다.

과도한 부채와 낮은 성장률로 고생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은 서로 잘 싸우는 정치인들로 인해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다. 유로존이 온존하게 유지되더라도 유럽은 상처가 날 대로 난 유로존을 재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극단적인 이념 대립은 앞으로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선진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불평등과 중산층에 가해지는 압박, 인구 고령화는 정치적 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대국들도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데 치중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경제의 부진으로 생긴 세계경제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려면 첫째, 공공부채에 짓눌리지 않아야 하고, 둘째, 경제성장 엔진이 외부(수출)가 아닌 내부(내수시장)에 있어야 하며, 셋째, 건강하고 왕성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부채의 수준을 적당히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내총생산(GDP)의 80~90% 수준에 이르는 공공부채는 경제성장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채는 재정정책의 폭을 좁혀 금융시스템의 왜곡을 막지 못하고 세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을 일으키는가 하면, 소득분배를 둘러싼 계층간 충돌도 일으킨다. 설상가상으로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은 장기적인 구조조정에 필요한 투자를 막는다. 불행하게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브라질과 터키를 비롯한 많은 신흥국들은 공공부채의 증가를 가까스로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은행을 비롯한 사적 영역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사적 영역의 부채가 공공부채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 아무리 낮은 수준의 공공부채라 하더라도 금융위기를 견딜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더이상 유리하지 않다. 지금 세계경제는 외채를 많이 빌리거나 빌려준 나라들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터키처럼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은 수입에 매우 적대적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큰 중국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복수를 당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국내 수요에 의한 경제성장이 수출 주도적 성장에 비해 더 믿음직한 전략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탄탄한 내수 시장과 건강한 중산층을 가진 나라가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민주주의는 권위적인 정권에 없는 갈등 해결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가령 인도는 너무 천천히 움직여 더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적인 정부가 적대적인 세력들 사이에 협력의 장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여전히 유리하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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