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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02 19:11 수정 : 2012.10.02 19:11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지난 9월26일 자민당 총재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출되었다. 그날 저녁 주요 일간지는 호외를 발행하기까지 했다. 40여년 만에 결선투표까지 간 예측 불허의 격전이었고, 그 결과 또한 예상을 뒤엎는 역전극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국민적 관심의 배경에 있다.

일본 국민의 반응은 다소 착잡한 것 같다. 민주·자민 양당의 총재 선거가 끝난 직후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총재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회답이 절반을 넘는 55%로, “기대한다”(40%)를 웃돌았다. 자민당 지지율이 전번 조사보다 6%포인트나 늘어난 25%에 이르러, 민주당 지지율(11%)의 배가 넘는 상황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민주당 정권에는 실망이 크지만, ‘아베 총재’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거부감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베 총재는 예비선거에서 가장 보수우파적인 주장을 내세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지난 8월 이후 한·중 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자극된 일본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가장 잘 이용한 정치가라고도 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집단적 자위권 인정,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도 전면에 내세웠다. 총리가 될 경우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실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지금까지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취해온 최소한의 조처조차 뒤엎겠다는 주장이다. 총리를 지낸 정치가로서는 무책임할 정도의 극단적인 발언으로 일본 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주장을 펴는 아베의 자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베 총재뿐만 아니라 노다 총리와 하시모토 일본유신회 대표 등 주요 정치지도자가 보수 우파 일색인 것이 일본 정치의 현실이다. 노다 총리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할 것을 거듭 천명하고 있고, 영토문제에 대한 강경론으로 한·중 양국과 외교분쟁을 초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향후 어떤 정권이 성립될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 정세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 짙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음에도, 대선 과정에서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 문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의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 전략과 철학도 차기 지도자에게는 절실히 요청되는 자질이다. 큰 틀의 전략과 철학을 갖지 못한 외교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최근 몇년 동안 방황을 거듭한 대일외교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좀더 확고한 기반 위에 두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일 관계는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세라는 새로운 차원의 과제를 한편에 두면서도 다차원적인 확대와 심화도 동시에 필요하다. 노다 정권 자신도 예상되는 총선거를 앞두고 아베 자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신뢰관계가 두터운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을 신임 각료로 임명한 것도 중-일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일 관계를 수복하는 과정에서는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적어도 책임 있는 해결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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