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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1 19:17 수정 : 2013.01.01 19:17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박근혜 당선인이 남북관계에서 넘어야 할 산들은 모두 험난하다. 핵과 미사일이라는 큰 산이 있는가 하면 당장 넘어야 할 북방한계선(NLL)과 5·24 조처라는 산도 있다. 산사태나 낙석 같은 돌발사태도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문제는 무엇을 목표로 이 험난한 산들을 넘는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넘는가는 당장 눈앞의 과제다. 과거의 패턴으로는 넘기 어렵다. 남다른 철학과 신념, 비전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지난 정부들은 모두 북한을 제 뜻대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햇볕정책’도 그랬고 ‘냉풍정책’도 그랬다. 그렇지만 모두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박근혜 당선인은 ‘햇볕’도 아니고 ‘냉풍’도 아닌,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왜 꼭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하는가’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의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나서면, 남북관계는 사실 대등한 관계가 아니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구도가 아니면 압력으로 변화를 촉구하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타율이 아닌 자율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졌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변화는 북한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한국의 몫은 변화의 환경과 조건을 조성해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밖에서 변화시키겠다고 하면 할수록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이 원하는 북한의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까지는 북한 지도부를 변화시켜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백번 지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북한 국민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북핵 문제에는 동북아 국제정치가 집약되어 있다. 남북한만의 문제라면 굳이 동북아 초유의 6자회담을 열 필요가 없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한국이 주도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결자해지’할 문제다.

중국식 개혁개방 역시 쉽지 않다. 중국과 비교하면 북한은 초기 조건이 다르다. 중국의 경우 덩샤오핑을 개혁개방의 일등공신이라고 하지만 진짜 일등공신은 문화대혁명이다.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기득권 세력을 일소했고, 마오쩌둥의 과오를 부정할 수 있게 했다. 북한은 다르다.

그렇다면 북한은 변화할 수 없는 나라일까. 그것도 아니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고, 또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가’다. 북한에는 이제 시장경제 요소가 다분히 깔려 있다. 경제의 일정 부분이 시장경제의 법칙에 따라 돌아가고 있다. 거기에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내세운다. 경제특구를 성공시키려 한다. 외자유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시장경제체제와 거래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를 배울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한국이 바라는 북한의 변화는 이것이어야 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시장경제를 향해 나가는 변화일 것이다. 이런 변화 속의 남북관계는 ‘윈윈’ 관계가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변화는 물이 흐르면 개천이 이루어지는 수도거성(水到渠成)의 변화여야 할 것이다. 물을 막아놓고 개천을 이루라면 어불성설이다. 그 물의 흐름을 이어주는 것이 대화이고 교류다. 철학과 신념을 갖고 대화하고 교류하면 비전도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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