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30 19:13
수정 : 2013.04.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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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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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사추세츠대학의 경제학자 3명이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트와 켄 로고프가 공동으로 쓴 논문의 오류를 밝혀내자, 전세계 경제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2010년 라인하트와 로고프가 발표한 이 논문의 제목은 ‘부채 시대의 성장’으로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미국과 유로존 나라들에서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이론적 근거로 널리 인용돼 왔다.
그러나 이 논문 작성에 사용된 통계 오류를 시정하자, 그 이론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않게 됐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적용하자 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가 90%를 넘을 경우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지만, 라인하트-로고프의 분석처럼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았다. 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가 90%가 넘는 부유한 나라들의 표본 개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성장률 감소는 통계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데이터를 바로잡았더니 국민총생산 대비 부채가 낮은 경우에도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났다. 라인하트-로고프 이론은 또한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지 않았다. 높은 부채율과 낮은 경제성장 사이에 상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채 때문에 성장률이 하락했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 경제는 1980년대에 주식과 부동산 거품으로 달아올랐지만 1990년대에 이 거품이 터지자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일본은 이전엔 국가 부채가 매우 적은 나라였으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대규모로 늘렸다. 라인하트-로고프 이론대로라면 일본은 국가 부채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셈이다.
매사추세츠대학의 또다른 경제학자인 어린드러짓 두베이는 부채가 많아서 성장률이 낮은 것인지, 성장률이 낮아서 부채가 늘어나는지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총생산 대비 부채가 앞으로 3년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지난 3년 동안을 분석해 보니 낮은 성장률이 부채를 늘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매사추세츠대학에서 나온 이 두 가지 논문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높은 부채 비율이 경제성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 기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가 더욱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초에 썼던 경기부양책은 계획대로 꽤 잘 작동해 왔다. 200만~300만개가량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충분한지다. 오바마 대통령의 조언자들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이후의 극심한 경기 하락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론 1000만~1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했다. 정부는 생산적인 고용이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교사, 소방관, 항공관제사 등 수만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이들을 다시 일터로 불러오면 된다. 경기 하강 국면을 경제 기초를 다지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고속철도 같은 장기적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주택 설비를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교체하는 것도 해결책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은 건설 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있다. 라인하트-로고프 이론이 오류가 있음이 발견됐으므로, 경기부양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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