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6 19:45
수정 : 2013.06.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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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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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새삼 떠오르게 하는 일본 상황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이념(아베노틱스)이 전면에 나오면서 일본 여론 동향도 미묘하게 변화하는 조짐이다. 7월말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우위는 변함이 없지만 선거 동향에도, 그리고 선거 이후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아직도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높다. 우왕좌왕하다 끝난 민주당 정권에 대한 반동으로, 강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배경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지지율이 오히려 아베 총리의 판단을 흐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애초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경제에 전념하는 ‘안전운행’을 한다는 방침을 바꾸어, 4월 중순부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침략의 정의’를 들고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개헌 절차 조항인 96조 개헌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등번호 96의 야구 유니폼을 입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거칠 것이 없고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부터 아베 총리의 정치자세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비판이 직접적으로는 크게 작용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일제히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과 정치이념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 일본에 큰 충격을 주었다. <뉴욕 타임스> 등 리버럴한 매체는 물론이고 <워싱턴 포스트>나 <월스트리트 저널>같이 아베 총리 등 일본의 보수파에 비교적 이해를 보여온 신문들도 강한 비판을 전개했다. 역사인식에 민감한 독일 등 유럽 언론들에서도 일본의 우경화에 관한 보도가 잇따랐다.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와 외교에 큰 부담을 주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 언론과 여론에서도 아베 총리 비판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의 높은 대중적 인기에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표면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헌법 개정에 관해서도 특히 쟁점인 9조(전쟁과 군사력 보유 금지)와 96조 개헌에 대한 반대의견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베 총리에게 더 큰 타격이 된 것이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망언’이었다. 한 야당 대표의 발언이지만,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의 연계세력으로 접근을 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았다. 하시모토 발언 이후 그가 대표로 있는 일본유신회는 제2당을 넘보며 승승장구하던 기세가 급속히 쇠퇴하면서 지금은 소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시모토의 인기가 그의 우파적 정치신념이 아니라, 관료 주도의 행정개혁을 추진하는 강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증명되었다고 하겠다.
여론이 갈리는 이념적 쟁점이 부각되면서,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는 민주당 등 야당도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찾고 있다. 여전히 분열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개헌 문제와 더불어 여론의 거부감이 큰 원전 문제가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면 다소 열세를 만회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아베 자민당도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개헌 문제의 쟁점화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바뀌고 있다. 국내외의 여론이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전략을 억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가하락과 금리인상 등 아베노믹스의 한계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정치정세도 유동성을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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