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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6 19:18 수정 : 2014.01.26 19:18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새해 벽두에 한반도에 느닷없이 관계 개선과 ‘통일 열기’가 불어오는 것 같다.

북한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호소한 이후 대남 평화공세를 벌이고 있다. 남한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뒤 역시 통일 바람이 불고 있다. 액면대로라면 남북관계는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들려오는 것은 불협화음이다. 남북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친 북한의 평화공세는 ‘즉흥적’인 것이라 하겠다. 북한은 그동안 당장 전쟁을 일으킬 듯하다가 금방 대화로 돌아서고 대화가 결실을 낳을라치면 불시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종잡을 수 없는 모양새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금의 유화공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일련의 제안을 장성택 사건으로 한국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북한에 비친 한국의 통일 열기는 ‘뜬금없는’ 것이라 하겠다. 북한에 평화통일을 운운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은 그동안 북한의 ‘신뢰’를 기다리다 장성택 사건이 난 뒤로는 ‘급변사태’나 ‘붕괴’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래도 기다리기를 번복하는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좀 더 움직여주면 북한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과 ‘한국 주도의 통일’을 논의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이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깨져도 개의치 않을 만큼 기존 전략을 바꾸는 것일까? 이는 한국이 자기 기대치에 따라 중국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중국이 결코 한반도가 혼돈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뿐만이 아닌 것 같다. 통일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돈을 몰고 오면 한국도 감당하기 벅찰 것이다. 한국은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경제위기를 몇번 겪어 봤다. 한국은 자신 있게 혼돈을 질서로 바꾼다고 하겠지만 혼돈이 몰고 올 갈등은 예측불가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 가능성은 제로다.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지 않고 70년이 다 되어가는 분단을 하루아침에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 질서가 붕괴되면서 혼돈이 초래됐던 사례는 많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가 그렇다. 국지전이나 동란으로 폭탄 세례가 끊이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통일이 ‘재앙’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문제의 핵심을 관통한 것이라 하겠다. 문제는 이 신뢰 프로세스가 통일 열기에 묻혀 실종돼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북한이 신뢰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면 한국은 북한에 얼마만큼의 신뢰를 보여주었을까? 한국은 정상 사이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 나라로 각인되지 않았을까?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약속은 지킨 것인가? 신뢰는 쌍방향의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통일은 어찌 보면 도둑처럼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다시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는 철저한 노력이 없으면 진정한 의미의 통일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신뢰 프로세스는 실종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뢰 프로세스는 한국이 내놨다. 그러니 핵심은 상대가 신뢰를 보여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5·24 조치를 풀고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압박 조처를 점차 풀며 신뢰를 먼저 보여주면 어떨까.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한-미 군사훈련 같은 것을 줄이면서라도 신뢰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통일이라는 수확 역시 가꾸는 만큼 거두게 돼 있을 것이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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