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06 21:30
수정 : 2016.03.06 21:36
개성공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행한 ‘햇볕정책’의 마지막 한줄기 빛이었다. 금강산관광 프로젝트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꾸리려는 노력에 이르기까지, 다른 대북 관여정책은 이미 오래전에 중단됐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바로 북쪽에 위치한 공단에서 남한 기업과 북한 노동자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난 2004년 출범한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10년 이상 살아남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개성공단의 생명 유지 장치들을 떼어냈다. 북한은 남한 근로자들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북한은 또한 남북을 연결하던 통신선을 끊어버렸다. 이런 방식으로, 남북은 마지막 햇볕마저 없애기 위해 협력했다.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서로 완전히 다른 국가가 어떻게 공통의 목표들을 향해 점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개성은 북한의 핵실험들과 남한의 우파로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살아남았다. 그것은 정치적 선전에 대한 실용주의의 승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의 대북 관여정책이었던 ‘신뢰 외교’를 버렸다. 그는 지난달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상당히 전투적인 단어들을 사용했다.
124개 기업에서 5만명의 북한 근로자와 800명의 남한 관리자가 일하던 개성공단은 최근까지도 성장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개성공단은 지난해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 10여년 전 개성공단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5억달러 이상의 생산액을 돌파했다. 신발, 코트, 전자제품 등으로, 대부분은 남한에서 팔렸다.
외부인들은 개성공단을 노동력 착취 장소, 심지어 노예 노동 장소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개성공단 노동조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다른 공장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탈북자 출신의 이제선씨는 최근 “내가 북한에 살고 있을 때,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모든 식구를 부양할 수 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앞다퉈 개성공단을 지원했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들이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의 보루들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개성공단은 분명히 자본주의적 침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기엔 노동조합도 없다. 무노조는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것 아닌가.
또한 개성 지역은 북한의 대남 침공로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북한군이 그 지역을 관할하고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무슨 근거로 한·미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도 반갑지 않다. 중국도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에 반대한다고 해서 요술처럼 북한 핵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북 제재를 추가한다고 해서 북한 지도자가 마음을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외부 세계가 자신들을 파괴하고 싶어하며, 따라서 핵무기만이 유일한 안보막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단순히 피해망상으로 볼 수는 없다.
냉소주의자들은 국제사회가 대북 고립과 관여 정책을 모두 사용해왔지만 어느 것도 먹히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전력을 기울여 북한을 고립화시켜온 반면, 관여 정책엔 별로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적절한 시점에 핵심 행위자들은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로 복귀해 현재 수준에서라도 핵능력을 동결하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평화조약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국전쟁을 종식해야 한다.
|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
북한은 군사력이 열세여도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햇볕정책도 죽었다. 대화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동아시아는 비무장지대 북쪽의 밤의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 수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