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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3 21:14 수정 : 2016.03.13 21:41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야당이 약체화되고 있다. 여당은 (내부 반대자와) 권력을 나눠 갖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소의 차이엔 눈을 감고 일체성을 지키려 한다. (이에 견줘) 일·한 양국 모두에서 야당은 논리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토론을 선호한다. 그렇게 되면 토론 과정에서 야당 내부의 작은 차이에 관심이 집중돼 대동단결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정부·여당이 압도적인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기가 높은데도 야당 진영에선 내부 다툼을 하는 모습만이 도드라진다.

일본에선 지난해 여름 안보법제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시민들로부터 아베 신조 정권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 야당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이를 받아들여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이 올 7월 참의원 선거, 특히 정수가 1명인 지방 선거구에서 야당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제안을 지난해 9월부터 제시해왔다. 그러나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공산당과 협력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야당 결집의 기운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드디어 일본의 5개 야당이 안보법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야당 협력 체제가 발동되게 됐다. 특히 참의원 선거의 1인구에선 야당 통일후보를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시간이 걸렸지만, 어찌됐든 야당의 협력 태세가 생겨나 이번 참의원 선거는 (여-야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야당 협력을 실현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열의였다. 우리들,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학자, 학생, 엄마 단체 등이 지난해 12월에 시민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야당의 협력을 호소해왔다. 그리고 이 움직임에 호응해 도쿄의 우리들이 먼저 제안하지 않았는데도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방판 시민연합을 결성해 야당 통일후보의 옹립을 위해 움직였다. 지금까지 일본 정치에선 ‘아마추어 시민’과 ‘프로 정당 정치가’ 사이에 두꺼운 벽이 존재해왔다. 정치적인 관심을 갖는 시민도 소극적인 존재에 머물러 정당이 제시하는 후보자 가운데 맘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는 역할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올해 참의원 선거에선 일반 시민들이 운동을 조직해 정당을 움직이고, 지역에 따라선 매력 있는 후보자를 스스로 찾아내 정당에 제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됐다. 이는 일본 정당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지금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예비선거와도 닮아 있다. 미국에선 정당의 리더가 후보를 정하는 것에 반발한 시민들이 후보자 선정의 단계부터 시민참여를 확산하자고 호소해 지금부터 약 100여년 전에 예비선거라는 틀을 생각해 냈다. 올해는 공화당 쪽에선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에선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임을 자임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선전하고 있다. 샌더스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 게 현실적으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인 대학 무상화, 최저임금 인상, 전국민 대상 의료보험 등의 정책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이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자를 한데 모으려면 샌더스의 정책을 흡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지난여름 안보법제 반대 운동을 통해 일본 정치에서 정당과 시민의 벽을 어느 정도 허무는 게 가능했다. 아베 정권은 개헌을 이번 참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 선거는 전후 일본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일본 정치의 원리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투표율이 상승하게 된다면 아베 정권도 시민들의 엄격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야권에선) 민주당과 유신당이 합당하는 재편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도 시민과의 대화를 통한 신당 결성이라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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