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지난 40년 동안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소득 재분배에서 상위층이 훨씬 많은 몫을 챙겼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점에서 미국은 특히 두드러진다. 상위 1%의 부유층에게 돌아간 세전 소득의 몫이 최근 10년 새 20%를 차지해, 1970년대 10% 수준보다 갑절이나 늘었다. 원인을 두고는 논란이 뜨겁다. 미국 정치권에서 압도적인 견해는 소득재분배의 부유층 편중이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임금도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불평등의 확대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런 과정이 아니라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였다. 개발도상국 노동자 수억명이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에서 그 나라 제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낮은 임금으로도 일하려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미국의 기준에 맞춰 교육·훈련을 받고 의사나 변호사, 그밖의 고임금 전문직에서 일하길 원하는 똑똑하고 의욕에 찬 사람들도 수천만명이나 된다. 개발도상국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경쟁이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압박이 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개도국 전문직 노동자들과의 경쟁도 미국 전문직 종사자들의 임금 하향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런 종류의 경쟁을 방지하는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무역협정들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최대한 쉽게 개발도상국에서 노동력을 아웃소싱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산출은 미국으로 되가져올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임금 전문직이 혜택을 누리는 보호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처들은 거의 없다. 외국에서 교육받은 의사들일지라도 미국에서 전공의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 이런 보호주의 덕분에 미국 의사들은 평균 연봉 25만달러(약 2억8500만원)가 넘는 고소득을 누린다. 다른 부유국들의 의사 소득보다도 2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임금 격차가 약 1000억달러(약 114조원)나 비싼 의료 비용을 발생시키는데도, 자칭 ‘자유무역주의자’들 가운데 이런 보호주의 장벽을 낮추자고 말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기술 부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특허, 저작권, 기타 여러 유형의 재산권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인다. 이런 보호주의의 영향은 엄청나다. 예컨대,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미국 내 판매가는 8만4000달러(약 9600만원)나 된다. 미국은 자유시장에서라면 10~20% 가격에 팔릴 이 약값으로 올해에만 4300억달러(약 490조원)를 더 치러야 한다. 지난 40년 동안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 기간은 더욱 길어졌고 효과는 더 강력해졌다. 정부 정책이 소득재분배를 상위층에 몰아주는 방식은 또 있다. 미국에서 집값 거품 시기에 목격했던 금융 부문의 횡포도 의도적인 결정이었다. 그건 자유시장의 ‘규제 철폐’가 아니었다. 금융 부문은 지금도 어려움에 처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보호주의 혜택을 받는다. 미국의 기업관리 구조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패했다. 최고경영진은 주주들의 몫을 도둑질해서 적자나 부패를 효율적으로 청산한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늘려주기 위해 최고경영자의 성과급을 제한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간 수천만달러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이처럼 불평등이 심화하는 원인은 의식적인 정책의 결과다. 시장의 구조를, 소득계층 사다리의 맨 위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가는 반면 나머지 모두에게는 적은 소득만 남겨두는 쪽으로 만들었다. 최상위 부유층이 자신들의 부는 단지 시장 원리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기를 바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칼럼 |
[세계의 창] 불평등은 의도적 정책 탓 / 딘 베이커 |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지난 40년 동안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소득 재분배에서 상위층이 훨씬 많은 몫을 챙겼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점에서 미국은 특히 두드러진다. 상위 1%의 부유층에게 돌아간 세전 소득의 몫이 최근 10년 새 20%를 차지해, 1970년대 10% 수준보다 갑절이나 늘었다. 원인을 두고는 논란이 뜨겁다. 미국 정치권에서 압도적인 견해는 소득재분배의 부유층 편중이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임금도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불평등의 확대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런 과정이 아니라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였다. 개발도상국 노동자 수억명이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에서 그 나라 제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낮은 임금으로도 일하려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미국의 기준에 맞춰 교육·훈련을 받고 의사나 변호사, 그밖의 고임금 전문직에서 일하길 원하는 똑똑하고 의욕에 찬 사람들도 수천만명이나 된다. 개발도상국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경쟁이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압박이 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개도국 전문직 노동자들과의 경쟁도 미국 전문직 종사자들의 임금 하향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런 종류의 경쟁을 방지하는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무역협정들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최대한 쉽게 개발도상국에서 노동력을 아웃소싱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산출은 미국으로 되가져올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임금 전문직이 혜택을 누리는 보호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처들은 거의 없다. 외국에서 교육받은 의사들일지라도 미국에서 전공의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 이런 보호주의 덕분에 미국 의사들은 평균 연봉 25만달러(약 2억8500만원)가 넘는 고소득을 누린다. 다른 부유국들의 의사 소득보다도 2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임금 격차가 약 1000억달러(약 114조원)나 비싼 의료 비용을 발생시키는데도, 자칭 ‘자유무역주의자’들 가운데 이런 보호주의 장벽을 낮추자고 말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기술 부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특허, 저작권, 기타 여러 유형의 재산권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인다. 이런 보호주의의 영향은 엄청나다. 예컨대,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미국 내 판매가는 8만4000달러(약 9600만원)나 된다. 미국은 자유시장에서라면 10~20% 가격에 팔릴 이 약값으로 올해에만 4300억달러(약 490조원)를 더 치러야 한다. 지난 40년 동안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 기간은 더욱 길어졌고 효과는 더 강력해졌다. 정부 정책이 소득재분배를 상위층에 몰아주는 방식은 또 있다. 미국에서 집값 거품 시기에 목격했던 금융 부문의 횡포도 의도적인 결정이었다. 그건 자유시장의 ‘규제 철폐’가 아니었다. 금융 부문은 지금도 어려움에 처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보호주의 혜택을 받는다. 미국의 기업관리 구조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패했다. 최고경영진은 주주들의 몫을 도둑질해서 적자나 부패를 효율적으로 청산한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늘려주기 위해 최고경영자의 성과급을 제한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간 수천만달러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이처럼 불평등이 심화하는 원인은 의식적인 정책의 결과다. 시장의 구조를, 소득계층 사다리의 맨 위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가는 반면 나머지 모두에게는 적은 소득만 남겨두는 쪽으로 만들었다. 최상위 부유층이 자신들의 부는 단지 시장 원리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기를 바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