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아베 신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찬사 일색의 보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안전보장에 대해 분명한 공약을 해줬고, 경제에 관한 강경론을 자제했으며, 골프를 통해 정상끼리의 신뢰 관계를 만들었다는 평가 등이 특히 텔레비전 뉴스를 중심으로 넘쳐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환영한 것은 매우 단순한 얘기다. 중동,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고, 고립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관되게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이는 일본의 총리는 고마운 존재였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일본과 미국의 ‘우호 연출’이긴 했지만, 일본 국내 여론에 끼치는 효과는 분명했다.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언론 각 사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상승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인 점을 많은 이들이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일-미 정상회담에 맞춘 것처럼 북한이 12일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 아베 정권이 항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원인으로 아시아 지역에 걸쳐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빈번히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일본 국내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진출을 이어가는 한 아베 정권은 평안해지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우호국의 외국 정상과 만날 때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독재국가의 ‘견본’과 같은 국가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이들과 비교하면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일본의 권력자가 민주주의의 뼈를 빼버리는 데(껍데기만 남기고 실체 내용을 훼손한다는 의미) 큰 힘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라는 이름 아래 아베 정권은 국내적으로 자유와 법의 지배를 쓰러뜨리려는 정책을 하나하나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정기국회에선 정부가 범죄의 실행이 아닌 공모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려는 중이다. 정부는 테러 대책을 위해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안전히 개최하기 위해 ‘공모죄’를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강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엔에이치케이>(NHK)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46%가 테러대책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공모죄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돼버리고 만다. 공모죄는 현대의 치안유지법(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사상범 등을 단속·처벌하던 악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경찰이 테러 혐의가 있는 인물의 범위를 점점 확대해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번뜩이며 공모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현재 오키나와 나고시 헤노코 지역에서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엄혹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이 운동의 리더는 하찮은 죄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체포와 구류를 당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권력자가 주변에 독재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구실 삼아 국제적으론 민주주의의 옹호자로서 행세하며 국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 얼마나 우울한 구도인가. 그러나 이를 멈출 방법이 현재 상황에선 보이지 않는다.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문’(呪文)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이 정치 상황을 전환하는 작업은 시작되지 않는다. 대화보다 힘을 중시하는 미국 트럼프 정권이 아베 정권에 바람직한 국제 환경을 한층 더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칼럼 |
[세계의 창] 아시아의 긴장과 아베 정치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아베 신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찬사 일색의 보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안전보장에 대해 분명한 공약을 해줬고, 경제에 관한 강경론을 자제했으며, 골프를 통해 정상끼리의 신뢰 관계를 만들었다는 평가 등이 특히 텔레비전 뉴스를 중심으로 넘쳐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환영한 것은 매우 단순한 얘기다. 중동,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고, 고립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관되게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이는 일본의 총리는 고마운 존재였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일본과 미국의 ‘우호 연출’이긴 했지만, 일본 국내 여론에 끼치는 효과는 분명했다.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언론 각 사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상승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인 점을 많은 이들이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일-미 정상회담에 맞춘 것처럼 북한이 12일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 아베 정권이 항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원인으로 아시아 지역에 걸쳐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빈번히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일본 국내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진출을 이어가는 한 아베 정권은 평안해지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우호국의 외국 정상과 만날 때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독재국가의 ‘견본’과 같은 국가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이들과 비교하면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일본의 권력자가 민주주의의 뼈를 빼버리는 데(껍데기만 남기고 실체 내용을 훼손한다는 의미) 큰 힘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라는 이름 아래 아베 정권은 국내적으로 자유와 법의 지배를 쓰러뜨리려는 정책을 하나하나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정기국회에선 정부가 범죄의 실행이 아닌 공모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려는 중이다. 정부는 테러 대책을 위해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안전히 개최하기 위해 ‘공모죄’를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강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엔에이치케이>(NHK)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46%가 테러대책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공모죄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돼버리고 만다. 공모죄는 현대의 치안유지법(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사상범 등을 단속·처벌하던 악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경찰이 테러 혐의가 있는 인물의 범위를 점점 확대해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번뜩이며 공모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현재 오키나와 나고시 헤노코 지역에서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엄혹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이 운동의 리더는 하찮은 죄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체포와 구류를 당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권력자가 주변에 독재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구실 삼아 국제적으론 민주주의의 옹호자로서 행세하며 국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 얼마나 우울한 구도인가. 그러나 이를 멈출 방법이 현재 상황에선 보이지 않는다.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문’(呪文)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이 정치 상황을 전환하는 작업은 시작되지 않는다. 대화보다 힘을 중시하는 미국 트럼프 정권이 아베 정권에 바람직한 국제 환경을 한층 더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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