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완전히 효력을 잃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무역 협상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와 소비자,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로 기업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역 협상을 반대하는 일에 방어적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진보적 의제를 추구하는 무역 협상을 만들 것인지 묻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관점에서, 미래 어떤 협상에서라도 의료 서비스 같은 최고급·전문적 서비스들은 전면에 서야 한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보호주의적인 규제를 갖고 있다. 외국 국적 의사들은 미국 내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수련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런 보호주의의 결과로 미국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5만달러(2억8500만원)에 이른다. 부유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취득 규정이 투명해져야 하고, 전문직의 수입 보호가 아니라 정당한 공공의 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최근 무역협정에선 특허·저작권 보호를 더욱 강력하게 하고, 보호기간을 더욱 길게 하는 게 중심 이슈다. 이런 형태의 보호주의는 비용이 많이 든다. 보호받는 재화의 가격을 자유시장 가격보다 많게는 수천배가량 높이기 때문이다. 처방의약품의 경우, 특허 독점은 의약품 가격을 몇백달러에서 몇천달러 이상 높인다. 현대의 무역 협상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식과 문화적 생산물을 가능한 한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무역 협상은 열린 혁신과 창조적 생산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역 협상 당사자가 공적 지원을 받은 생산물을 공유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지 않는 당사자는 제외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한국이 각각 국내총생산의 0.5%를 신약 개발에 사용하기로 합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두 국가는 무역 협상을 통해 양국의 생산물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에 대한 특허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무역 협상은 열린 혁신과 문화를 창조하는 데 매우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무역 협상이 양쪽 당사자에게 효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불평등을 낮추기 위해 작동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은 정부와 금융 분야 간 거래에 있어서의 투명성 제고다. 이는 특히 미국의 공적연금 펀드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연방·지방정부의 연금 펀드는 약 6조달러(약 6931조원) 규모의 자산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 투자 고문,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자산 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 분야 간 거래에서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무역 협상은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무역 협상은 금융 기업과 정치가 서로 결탁함으로써 낭비되는 돈을 줄일 것이다. 또 완전한 투명성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더 많은 경쟁을 촉진한다. 교역을 통해 대중이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각국 연금 펀드에 투자하도록 경쟁시켜야 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 무역 협상에서 경쟁 정책을 의제로 포함시키는 것은 진일보한 단계가 될 것이다. 미 정부는 지난 40여년간 반독점 정책을 거의 버리다시피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공공연하게 반독점 행위를 이끌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컴퓨터 제조사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을 통해 운영체제(OS) 독점과 가까운 상태를 유지해왔다. 페이스북은 미래 경쟁자들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스냅챗이나 와츠앱과 같은 경쟁사를 인수하려 했다. 시장을 독점하려는 기업을 정부가 규제하는 건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무역이 경제적 상류층들을 위해 작동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무역을 협상하는 사람들이 그런 결과를 원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바뀔 수 있다.
칼럼 |
[세계의 창] 새 무역 의제: 평등을 지향하는 협상 / 딘 베이커 |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완전히 효력을 잃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무역 협상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와 소비자,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로 기업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역 협상을 반대하는 일에 방어적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진보적 의제를 추구하는 무역 협상을 만들 것인지 묻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관점에서, 미래 어떤 협상에서라도 의료 서비스 같은 최고급·전문적 서비스들은 전면에 서야 한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보호주의적인 규제를 갖고 있다. 외국 국적 의사들은 미국 내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수련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런 보호주의의 결과로 미국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5만달러(2억8500만원)에 이른다. 부유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취득 규정이 투명해져야 하고, 전문직의 수입 보호가 아니라 정당한 공공의 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최근 무역협정에선 특허·저작권 보호를 더욱 강력하게 하고, 보호기간을 더욱 길게 하는 게 중심 이슈다. 이런 형태의 보호주의는 비용이 많이 든다. 보호받는 재화의 가격을 자유시장 가격보다 많게는 수천배가량 높이기 때문이다. 처방의약품의 경우, 특허 독점은 의약품 가격을 몇백달러에서 몇천달러 이상 높인다. 현대의 무역 협상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식과 문화적 생산물을 가능한 한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무역 협상은 열린 혁신과 창조적 생산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역 협상 당사자가 공적 지원을 받은 생산물을 공유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지 않는 당사자는 제외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한국이 각각 국내총생산의 0.5%를 신약 개발에 사용하기로 합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두 국가는 무역 협상을 통해 양국의 생산물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에 대한 특허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무역 협상은 열린 혁신과 문화를 창조하는 데 매우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무역 협상이 양쪽 당사자에게 효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불평등을 낮추기 위해 작동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은 정부와 금융 분야 간 거래에 있어서의 투명성 제고다. 이는 특히 미국의 공적연금 펀드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연방·지방정부의 연금 펀드는 약 6조달러(약 6931조원) 규모의 자산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 투자 고문,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자산 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 분야 간 거래에서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무역 협상은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무역 협상은 금융 기업과 정치가 서로 결탁함으로써 낭비되는 돈을 줄일 것이다. 또 완전한 투명성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더 많은 경쟁을 촉진한다. 교역을 통해 대중이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각국 연금 펀드에 투자하도록 경쟁시켜야 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 무역 협상에서 경쟁 정책을 의제로 포함시키는 것은 진일보한 단계가 될 것이다. 미 정부는 지난 40여년간 반독점 정책을 거의 버리다시피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공공연하게 반독점 행위를 이끌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컴퓨터 제조사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을 통해 운영체제(OS) 독점과 가까운 상태를 유지해왔다. 페이스북은 미래 경쟁자들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스냅챗이나 와츠앱과 같은 경쟁사를 인수하려 했다. 시장을 독점하려는 기업을 정부가 규제하는 건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무역이 경제적 상류층들을 위해 작동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무역을 협상하는 사람들이 그런 결과를 원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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