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3.12 16:46 수정 : 2017.03.12 19:08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정치사상가인 토머스 홉스는 17세기에 근대국가와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가 없다면 인류는 폭력이 통제되지 않은 채 상존하는 자연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홉스는 이렇게 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일어날 것이며, 이웃들은 서로 등을 돌리고 국가들은 서로 싸우기만을 계속하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사이버공간을 규제하는 어떤 국제적인 권위도 없는 상황에서, 사이버공간에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져 왔다. 해킹 파문, 은행이나 정부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 심지어 더 심각한 범죄적 행동들이 매일 신문의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이런 사이버전쟁의 개척자였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원심분리기 기능을 파괴하고, 핵 프로그램 진행을 방해했다. 아주 최근엔 미국이 사이버전쟁을 당하는 쪽이었다. 추정컨대, 러시아 정부의 요청을 받은 해커들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민주당의 자료를 훔친 뒤 이를 공개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도록 영향을 미쳤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사이버전쟁은 북한과 관련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많은 사고와 실패들이 전자적 수단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비밀 프로그램 시행 결과라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방해하려 시도했다는 이러한 보도는 아주 중요한 몇가지 함의를 지니고 있다.

우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통적인 미사일방어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러한 구상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요격기의 비행 실험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됐는데 전반적인 실패율은 56% 정도였고, 거의 완벽한 환경에서도 그랬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마음속으로 이 시스템은 실제 전투 상황에선 더 비효율적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두번째로,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사이버전쟁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실험 실패에도, 북한은 지난해 세 번의 중거리 로켓 발사를 포함해 성공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세번째로, 사이버공간이 점점 위험한 장소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들은 상대방의 군사작전을 방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민간의 사회간접자본을 파괴하고 경제를 마비시키는 사이버역량을 개발해왔다. 이러한 종류의 사이버전쟁에는 아직 제네바협약 같은 어떤 국제적인 교전규칙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새로운 대북 정책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보면 그의 행정부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이전 행정부와 거의 똑같은 대응을 해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하고 있고, 한국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엔 안심하라는 동맹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거나 추가적인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사이버전쟁 실험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다. 미사일방어는 작동하지 않는다. 악성코드 침투는 임시방편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나마 오바마 행정부는 여기서 얻은 교훈들을 적용해 국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잠재적인 핵확산 위협이 있는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했다.

이제 미국은 똑같은 교훈들을 북한에 적용해야 할 시간이다. 협상이나 검증가능한 합의들이 위협이나 파괴 노력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또한, 사이버공격들이 통제를 벗어나 확산되기 전에, 그리고 국제사회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빠져들기 전에,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마주 앉아 사이버공간의 행동규칙에 대한 타결 방안을 짜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 중에서도 극히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