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오사카의 모리토모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이 소학교를 설립하면서 국유지를 부당하게 인하된 가격으로 양도받았다는 의혹이 분명해지면서, 지금 일본 국회에서는 정치가와 관료가 이 부당한 거래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이 학원을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가 명예교장으로 지원해왔다는 것이 정권 전체를 흔드는 스캔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 법인이 경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애국심 교육이 자랑거리가 되었고, 아이들은 교육칙어(1890년 메이지 일왕의 이름으로 발표됐으며 어린이들을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일왕의 신민으로 기르려는 의도가 있는 비판을 받아온 칙어. 일본이 2차대전 패전 뒤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폐지)를 암송해야 했다. 이 문제를 계기로 교육칙어의 평가가 정치 문제가 되었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대신은 국회 질의에서 “일본이 도의국가를 목표로 한다는 그 정신은 지금에도 되살려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방위대신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전전의 역사를 알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충격일 것이다. 나로서는 앞서의 대전에서 심대한 희생을 치른 전후 일본이 확립해야만 했던 국민주권이나 개인의 존엄이라는 원리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하고 한심한 생각이 가득 든다. 부부는 사이좋게 지내고 친구는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별적인 가르침만을 꺼내서 칙어는 현대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칙어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으로 그르치고 있다. 교육칙어의 본질은 전전의 일본에서 천황 그 자체가 모든 도덕의 원천이라는 것을 천명한다는 점에 있으며, 일반 국민 혹은 신민은 천황을 위해서 목숨을 던지는 게 미덕이라고 강요당했다. 식민지 시대 한국인들도 이 ‘미덕’을 강요당했다. 성서나 논어에도 인륜이 적혀 있기 때문에, 같은 인륜을 주장한 교육칙어도 고귀하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이다. 기독교나 유교를 믿을까 말까는 개인의 자유다.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는 교육칙어에 적혀 있는 메이지 천황의 서명에 최경례(천황이나 황족에게 하는 경례)를 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제1고등중학교(현재의 도쿄대 교양학부) 교사직을 어쩔 수 없이 사직해야만 했다. 이런 사례도 있듯이, 전전의 일본에서 칙어를 부정하는 사람은 비국민으로서 배척당했다. 아베 총리는 구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의 동맹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과 동맹국들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 등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과 교육칙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방위대신이 교육칙어를 부활시키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베 총리의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다. 심각한 내각 내 불일치이며, 총리는 방위대신을 파면해야만 한다. 돌연히 부상한 교육칙어 평가라는 쟁점은 일본 보수정치의 본질을 다시 한번 묻는 계기가 됐다. 광신적으로 사납게 날뛰는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가 부정되었던 1930년대부터 1940년대 전반의 시대를 직접 아는 사람은 일본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20년만큼이나 자민당의 변화도 크다. 전쟁의 시대를 알고 있던 정치가가 힘을 갖고 있던 시대에 보수 세력은 자유와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해했고, 광신 우익은 자민당의 지류였다. 그러나 그 시대를 알지도 못하면서, 일억일심(一億一心·1억 일본인은 한마음)이나 멸사봉공(滅私奉公·사사로운 것을 버리고 공적인 것에 힘쓴다는 내용으로 일본 제국주의 시절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의도로 많이 사용된 말)에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 여당에서 세력을 떨치게 됐다. 모리토모학원 사건으로 비판을 당하고 있는 아베 정권이 이 위기를 견디어 낼 수 있다면, 최근 개정된 자민당 총재 임기규정에 따라서 아베 총리는 최장 2021년까지 자민당 총재와 총리로 재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헌법개정과 교육정책의 전환도 실현되어, 일본은 현재의 터키나 헝가리처럼 권위주의, 강권주의 정치체제로 변질될지 모른다.
칼럼 |
[세계의 창] 전후 일본의 끝?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오사카의 모리토모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이 소학교를 설립하면서 국유지를 부당하게 인하된 가격으로 양도받았다는 의혹이 분명해지면서, 지금 일본 국회에서는 정치가와 관료가 이 부당한 거래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이 학원을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가 명예교장으로 지원해왔다는 것이 정권 전체를 흔드는 스캔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 법인이 경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애국심 교육이 자랑거리가 되었고, 아이들은 교육칙어(1890년 메이지 일왕의 이름으로 발표됐으며 어린이들을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일왕의 신민으로 기르려는 의도가 있는 비판을 받아온 칙어. 일본이 2차대전 패전 뒤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폐지)를 암송해야 했다. 이 문제를 계기로 교육칙어의 평가가 정치 문제가 되었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대신은 국회 질의에서 “일본이 도의국가를 목표로 한다는 그 정신은 지금에도 되살려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방위대신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전전의 역사를 알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충격일 것이다. 나로서는 앞서의 대전에서 심대한 희생을 치른 전후 일본이 확립해야만 했던 국민주권이나 개인의 존엄이라는 원리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하고 한심한 생각이 가득 든다. 부부는 사이좋게 지내고 친구는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별적인 가르침만을 꺼내서 칙어는 현대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칙어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으로 그르치고 있다. 교육칙어의 본질은 전전의 일본에서 천황 그 자체가 모든 도덕의 원천이라는 것을 천명한다는 점에 있으며, 일반 국민 혹은 신민은 천황을 위해서 목숨을 던지는 게 미덕이라고 강요당했다. 식민지 시대 한국인들도 이 ‘미덕’을 강요당했다. 성서나 논어에도 인륜이 적혀 있기 때문에, 같은 인륜을 주장한 교육칙어도 고귀하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이다. 기독교나 유교를 믿을까 말까는 개인의 자유다.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는 교육칙어에 적혀 있는 메이지 천황의 서명에 최경례(천황이나 황족에게 하는 경례)를 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제1고등중학교(현재의 도쿄대 교양학부) 교사직을 어쩔 수 없이 사직해야만 했다. 이런 사례도 있듯이, 전전의 일본에서 칙어를 부정하는 사람은 비국민으로서 배척당했다. 아베 총리는 구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의 동맹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과 동맹국들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 등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과 교육칙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방위대신이 교육칙어를 부활시키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베 총리의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다. 심각한 내각 내 불일치이며, 총리는 방위대신을 파면해야만 한다. 돌연히 부상한 교육칙어 평가라는 쟁점은 일본 보수정치의 본질을 다시 한번 묻는 계기가 됐다. 광신적으로 사납게 날뛰는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가 부정되었던 1930년대부터 1940년대 전반의 시대를 직접 아는 사람은 일본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20년만큼이나 자민당의 변화도 크다. 전쟁의 시대를 알고 있던 정치가가 힘을 갖고 있던 시대에 보수 세력은 자유와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해했고, 광신 우익은 자민당의 지류였다. 그러나 그 시대를 알지도 못하면서, 일억일심(一億一心·1억 일본인은 한마음)이나 멸사봉공(滅私奉公·사사로운 것을 버리고 공적인 것에 힘쓴다는 내용으로 일본 제국주의 시절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의도로 많이 사용된 말)에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 여당에서 세력을 떨치게 됐다. 모리토모학원 사건으로 비판을 당하고 있는 아베 정권이 이 위기를 견디어 낼 수 있다면, 최근 개정된 자민당 총재 임기규정에 따라서 아베 총리는 최장 2021년까지 자민당 총재와 총리로 재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헌법개정과 교육정책의 전환도 실현되어, 일본은 현재의 터키나 헝가리처럼 권위주의, 강권주의 정치체제로 변질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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