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다. 한국인들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전설적인 명소인 백두산 관광처럼 북한을 방문해야 할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중국인들은 궁핍했던 과거 공산당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며 북한을 방문한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일꾼들은 그대로 두면 무너진 사회안전망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북한을 오간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세계 모든 국가를 방문해보겠다는 호기심의 일환으로 북한을 찾는다. 그러면 모험 여행에 참여했다는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생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2015년 말 중국을 여행 중이었다. 웜비어는 충동적으로 저가 여행사가 주선하는 북한도 가게 됐다. 하지만 웜비어가 북한을 떠나기 직전, 북한 관리들은 그의 출발을 막았다. 결국 그는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부쳐져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의 억류 끝에 웜비어는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됐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숨졌다. 그는 심각한 뇌손상을 당했지만, 그의 부모가 부검을 허락하지 않아 궁극적인 사인을 알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웜비어의 죽음은 비극이다. 그는 분명히 재능 있는 젊은이였다. 그가 선전물을 훔친 죄를 저질렀다면 15년 노동교화형이 아니라 가벼운 꾸지람을 듣는 정도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은 국가나 지도자에 대한 범죄라고 여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다. 북한을 처음으로 여행하기 전에, 나도 그런 관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있는 신문은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아라’, ‘김일성 주석의 초상이 있는 북한 지폐를 반으로 접지 마라’ 등이었다. 어기면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위가 된다는 거였다.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그가 구타를 당했거나 심지어 고문을 당했다고 결론짓고 싶은 솔깃한 유혹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미국인 억류자들한테는 대체로 꽤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용으로가 아니라, 몰래 잠입해 종교적 개종을 시키려는 것처럼 그들이 중범죄로 여기는 행위를 한 미국인들을 주로 억류해왔다. 실제로, 북한이 억류자들을 석방해주는 대가로 지금까지 얻은 것도 거의 없다. 북한이 협상 차원에서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혹은 북한이 웜비어를 구금 중에 학대했다면, 그것은 북한의 정책 전환으로 기록될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아래서 정책을 바꿨다면, 이런 비극적 사건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도덕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썼다. 전직 미국 관리로부터 나온 이런 주장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미국은 수백명의 외국인을 붙잡아 관타나모 기지에 투옥했다. 그리고 적절한 사법적 절차도 거부했다. 2006년엔 3명이 투옥 중에 고문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사망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지는 글에서 미국이 웜비어 사건에 대해 북한에 철저한 설명을 요구하고 군사 공격보다는 추가적인 제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설명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징벌적 조처는 북한의 설명을 들은 뒤에 이뤄져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현재 밑바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잡지 못하는 중국에 분노를 표시해왔다. 웜비어를 추모하는 최선의 방법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고, 북한이 다른 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며,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웜비어가 수감 중에 겪었던 상황이 그 무엇이든,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북한 주민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칼럼 |
[세계의 창]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며 /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다. 한국인들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전설적인 명소인 백두산 관광처럼 북한을 방문해야 할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중국인들은 궁핍했던 과거 공산당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며 북한을 방문한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일꾼들은 그대로 두면 무너진 사회안전망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북한을 오간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세계 모든 국가를 방문해보겠다는 호기심의 일환으로 북한을 찾는다. 그러면 모험 여행에 참여했다는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생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2015년 말 중국을 여행 중이었다. 웜비어는 충동적으로 저가 여행사가 주선하는 북한도 가게 됐다. 하지만 웜비어가 북한을 떠나기 직전, 북한 관리들은 그의 출발을 막았다. 결국 그는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부쳐져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의 억류 끝에 웜비어는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됐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숨졌다. 그는 심각한 뇌손상을 당했지만, 그의 부모가 부검을 허락하지 않아 궁극적인 사인을 알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웜비어의 죽음은 비극이다. 그는 분명히 재능 있는 젊은이였다. 그가 선전물을 훔친 죄를 저질렀다면 15년 노동교화형이 아니라 가벼운 꾸지람을 듣는 정도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은 국가나 지도자에 대한 범죄라고 여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다. 북한을 처음으로 여행하기 전에, 나도 그런 관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있는 신문은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아라’, ‘김일성 주석의 초상이 있는 북한 지폐를 반으로 접지 마라’ 등이었다. 어기면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위가 된다는 거였다.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그가 구타를 당했거나 심지어 고문을 당했다고 결론짓고 싶은 솔깃한 유혹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미국인 억류자들한테는 대체로 꽤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용으로가 아니라, 몰래 잠입해 종교적 개종을 시키려는 것처럼 그들이 중범죄로 여기는 행위를 한 미국인들을 주로 억류해왔다. 실제로, 북한이 억류자들을 석방해주는 대가로 지금까지 얻은 것도 거의 없다. 북한이 협상 차원에서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혹은 북한이 웜비어를 구금 중에 학대했다면, 그것은 북한의 정책 전환으로 기록될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아래서 정책을 바꿨다면, 이런 비극적 사건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도덕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썼다. 전직 미국 관리로부터 나온 이런 주장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미국은 수백명의 외국인을 붙잡아 관타나모 기지에 투옥했다. 그리고 적절한 사법적 절차도 거부했다. 2006년엔 3명이 투옥 중에 고문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사망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지는 글에서 미국이 웜비어 사건에 대해 북한에 철저한 설명을 요구하고 군사 공격보다는 추가적인 제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설명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징벌적 조처는 북한의 설명을 들은 뒤에 이뤄져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현재 밑바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잡지 못하는 중국에 분노를 표시해왔다. 웜비어를 추모하는 최선의 방법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고, 북한이 다른 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며,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웜비어가 수감 중에 겪었던 상황이 그 무엇이든,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북한 주민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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