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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5 18:32 수정 : 2017.11.05 19:07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연초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쌍궤병행’에 이어 ‘쌍잠정중단’(쌍중단)을 제안했다. 쌍중단은 질주하는 북핵을 일단 정지시키자는 것이고, 쌍궤병행은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하나는 당장 눈앞의 불을 끄자는 단기적 현실 목표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기적 이상 목표이다. 중국의 제안에 오늘까지 러시아가 호응한 외에 북핵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미동도 않고 있다.

북한은 이제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는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려 하지 않는다. 한·미는 제재가 이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에, 역시 북한을 압박하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려 하지 않는다. 한·미는 합동 군사훈련은 합법이고 북한의 핵실험은 불법이기에 맞바꿀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다. 질주하는 북핵을 좀더 강력한 제재로 멈추려 한다. 미국은 거기에 더해 군사적 옵션으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압박한다. 그리하여 트럼프의 동북아 순방에 앞서 한반도에 또다시 전략무기들이 밀려든다. 질주하는 북핵을 멈출 수 없듯이 트럼프의 무한 질주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듯하다. 트럼프가 휘젓고 갈 동북아에는 과연 무엇이 남겨질까.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역설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에 추진한다는 면에서 중국이 내놓은 ‘쌍궤병행’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도 냉전 종식 이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해 연초에도 다시 평화협정을 꺼냈다. 모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말한다.

사실 19세기 후반부터 오늘까지 한반도에는 평화체제가 정착된 적이 없다. 1870년대 일본의 운요호가 개국을 강요하며 오르내리던 그 바다에 오늘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넘나든다. 한 세기가 넘게 한반도에는 강대국이 머물지 않은 적이 없다. 종당에는 사상 유례가 없는 60년이 넘는 정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정전체제는 동서 냉전 기간 한반도에서의 미-소 냉전구도를 뒷받침하여 왔고, 오늘에 와서는 ‘남방삼각’ 대 북한이라는 냉전구도를 떠받들고 있다. 결국 정전체제와 냉전구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고 북핵은 바로 이 정전체제와 냉전구도의 합작품이다.

북한과 미국이 핵포기와 평화협정을 놓고 선후를 다툰 것도 결국 정전체제와 냉전구도에서는 핵포기와 평화협정 역시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즉 핵포기는 평화협정도 의미하고 평화협정은 핵포기도 의미한다. 그것은 역으로 핵포기가 없는 평화협정은 있을 수 없고 평화협정이 없는 핵포기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기에 중국이 내놓은 쌍궤병행은 이것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이다.

평화협정이란 교전국이 법적으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조약이다. 역사를 보면 그것은 거의 모두 전승국의 주도로 맺어졌다. 어찌 보면 패자에 대한 승자의 ‘징벌’이 아니면 ‘아량’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전쟁은 참전국 모두가 승자라고 주장하는 특이한 전쟁이다. 38선에서 시작되어 38선에서 끝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정전체제가 냉전구도 속에 60여년 지속돼온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북핵을 포함한 오늘의 한반도 문제는 바로 이 정전체제와 냉전구도가 2위1체를 이루어 끊임없이 파생시킨 문제이다. 이제 거기에서 파생된 북핵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로 변해 정전체제, 냉전구도와 함께 3위1체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하나만 해결할 수 없다. 큰 프레임을 짜고 동시 해결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를 위한 철학과 소신 그리고 결단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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