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올해 5월말 북한을 찾았을 때 알고 싶었던 핵심 명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북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였다. 그렇지만 가져간 명제 자체가 무색하리만치 북한이 보여준 변화는 불가사의하게 긍정적이었다. 과연 사상 ‘전례 없는 제재’를 받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북한은 생기가 돌았다. 경제가 상승세를 탔다는 북한 학자들의 말뜻을 도처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달 초 다시 북한을 다녀왔다. 혹독한 제재가 겹쳐서인지, 초겨울이었건만 평양 날씨는 유난히 추운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이 초유의 ‘혹독’ 속에 북한이 과연 얼마나 버틸까라는 명제를 다시 꺼냈다. 지난 9월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가혹’할 만큼 북한을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무려 45년 만이라는 ‘제3차 북한 사회과학자대회’에 5000명의 전국 사회과학자들이 운집한 현장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만세 소리, 열광적인 구호 소리를 들으며, 저 체제에서는 제재와 압박을 가할수록 응집력이 강화되고 국제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증폭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불가사의하게 여겨진 것은, 하루 반 동안 열린 회의에서 새로 보선된 당 중앙정치국 위원, 당 부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핵’ ‘미사일’ ‘제재’라는 단어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학자들과의 북한 경제 관련 면담에서도 ‘제재’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왜일까. 바깥세상에서는 당장 북한이 며칠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같이 요란히 떠들지만 정작 북한에선 이를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북한 전문가들에게 국제사회의 새로운 고강도 제재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이 제재를 받지 않으며 살아온 적이 언제 있었냐고 되물었다. 수십년 동안 제재를 받으면서 제재에 대한 대응을 익혀왔다고 했다. 핵개발을 하기에 제재를 받는 게 아니라, 미국이 제재로 자기들의 안보를 위협하기에 핵개발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핵·미사일로 세계 최강의 미국과 당당히 싸우는 ‘전설적 영웅’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제재가 강화돼온 현실은 김정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김정은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에 견줄 만한 업적을 쌓아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평양은 날씨가 초겨울답지 않게 추웠던 것 외에는 5월말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5년 동안 제재 탓에 원유 공급이 반토막이 났다. 휘발유값은 두배 올라 리터당 인민폐 10원 정도가 됐다. 그러나 휘발유로 달리는 버스와 택시 요금은 전혀 인상되지 않았다. 쌀값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경제가 동요되는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 학자들마저 불가사의하다고 할 정도였다. 북한이 ‘신’이 아닌 이상 장기적인 고강도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북한이 이에 대비한 자구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원유 공급의 완전 중단에 대비해 자체 유전에서의 원유 추출과 석탄에서의 원유 추출에 힘을 쏟았다. 중유를 절약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의 무중유 착화법을 개발했다. 수출이 막힌 석탄을 화력발전소에 대량 투입해 화력발전소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군수공업의 선진 기술을 경공업에 이양하면서 경공업 제품의 국산화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결국에는 2020년까지 에너지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고 식량은 완전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라면 얼마나 버틸까? 고강도 제재로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되지 않고 자금이 계속 고갈돼가면 경제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의 담담한 표정에서는 분명 계속 버텨나갈 것이란 저력이 느껴졌다. 떠나기 전날 평양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다시 강추위가 몰려올 징조다. 그렇건만 그날만큼은 유난히 푸근하였다.
칼럼 |
[세계의 창] 북한은 얼마나 더 버틸까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올해 5월말 북한을 찾았을 때 알고 싶었던 핵심 명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북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였다. 그렇지만 가져간 명제 자체가 무색하리만치 북한이 보여준 변화는 불가사의하게 긍정적이었다. 과연 사상 ‘전례 없는 제재’를 받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북한은 생기가 돌았다. 경제가 상승세를 탔다는 북한 학자들의 말뜻을 도처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달 초 다시 북한을 다녀왔다. 혹독한 제재가 겹쳐서인지, 초겨울이었건만 평양 날씨는 유난히 추운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이 초유의 ‘혹독’ 속에 북한이 과연 얼마나 버틸까라는 명제를 다시 꺼냈다. 지난 9월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가혹’할 만큼 북한을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무려 45년 만이라는 ‘제3차 북한 사회과학자대회’에 5000명의 전국 사회과학자들이 운집한 현장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만세 소리, 열광적인 구호 소리를 들으며, 저 체제에서는 제재와 압박을 가할수록 응집력이 강화되고 국제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증폭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불가사의하게 여겨진 것은, 하루 반 동안 열린 회의에서 새로 보선된 당 중앙정치국 위원, 당 부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핵’ ‘미사일’ ‘제재’라는 단어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학자들과의 북한 경제 관련 면담에서도 ‘제재’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왜일까. 바깥세상에서는 당장 북한이 며칠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같이 요란히 떠들지만 정작 북한에선 이를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북한 전문가들에게 국제사회의 새로운 고강도 제재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이 제재를 받지 않으며 살아온 적이 언제 있었냐고 되물었다. 수십년 동안 제재를 받으면서 제재에 대한 대응을 익혀왔다고 했다. 핵개발을 하기에 제재를 받는 게 아니라, 미국이 제재로 자기들의 안보를 위협하기에 핵개발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핵·미사일로 세계 최강의 미국과 당당히 싸우는 ‘전설적 영웅’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제재가 강화돼온 현실은 김정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김정은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에 견줄 만한 업적을 쌓아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평양은 날씨가 초겨울답지 않게 추웠던 것 외에는 5월말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5년 동안 제재 탓에 원유 공급이 반토막이 났다. 휘발유값은 두배 올라 리터당 인민폐 10원 정도가 됐다. 그러나 휘발유로 달리는 버스와 택시 요금은 전혀 인상되지 않았다. 쌀값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경제가 동요되는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 학자들마저 불가사의하다고 할 정도였다. 북한이 ‘신’이 아닌 이상 장기적인 고강도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북한이 이에 대비한 자구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원유 공급의 완전 중단에 대비해 자체 유전에서의 원유 추출과 석탄에서의 원유 추출에 힘을 쏟았다. 중유를 절약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의 무중유 착화법을 개발했다. 수출이 막힌 석탄을 화력발전소에 대량 투입해 화력발전소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군수공업의 선진 기술을 경공업에 이양하면서 경공업 제품의 국산화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결국에는 2020년까지 에너지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고 식량은 완전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라면 얼마나 버틸까? 고강도 제재로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되지 않고 자금이 계속 고갈돼가면 경제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의 담담한 표정에서는 분명 계속 버텨나갈 것이란 저력이 느껴졌다. 떠나기 전날 평양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다시 강추위가 몰려올 징조다. 그렇건만 그날만큼은 유난히 푸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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